제89장
호텔 로비에는 이미 구경하러 온 손님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손님, 일단 화 푸세요. 손님도 신분이 있으신 사람인데, 일이 커지면 보기 안 좋잖아요. 무슨 문제 있으면 접견실로 가서 얘기하는 건 어때요?”
로비의 매니저는 식은땀을 흘리며 심윤혜를 설득했다.
“내가 신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감히 내 물건을 훔치는데, 만약 일반 고객이면 대접도 못 받겠네?”
심윤혜는 한 손을 허리에 얹히고 다른 한 손은 로비의 프런트를 탁탁 치며 매니저를 노려보았다.
구경하던 사람 중에 심윤혜를 알아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가 심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걸 알지만, 얼굴만 가리면 일부러 트집 잡으러 온 몰락한 집안의 자식 같았다.
“저, 저 물건 안 훔쳤어요!”
겁에 질린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반박했다.
“아직도 변명하는 거야?”
심윤혜는 빨간 손톱으로 직원의 얼굴을 쿡쿡 찔렀다. 만약 매니저가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직원의 눈이 찔렸을 것이다.
“내 목걸이, 분명 세면대 위에 올려놨는데, 설마 발이라도 달려서 혼자 도망갔다는 거야?”
“제가 방을 치운 건 맞지만, 그때 다른 사람도 있었어요.”
직원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지만, 여전히 굴복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 지금 우릴 의심하는 거야?”
아가씨 A가 노발대발했다.
“우리처럼 돈 많은 사람이 그딴 목걸이를 훔쳤을까 봐? 너 같은 견식이 짧은 하급 사람이나 도둑질하겠지!”
아가씨 B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유씨 가문의 호텔이 얼마나 좋은 줄 알았더니, 정말 서비스를 개떡같이 하네. 우리 심씨 가문의 호텔이랑 비교할 가치도 없어! 설마 여기 불법 호텔이야?”
심윤혜는 팔짱을 끼며 비아냥거렸다.
홀 매니저의 표정은 이미 안 좋아졌다.
기성 호텔에 오가는 손님들은 전부 예의가 있는 사람이어서, 이처럼 생트집 잡는 고객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심윤혜 씨, 일의 자초지종을 알아내지도 않았는데, 벌써 우리 기성 호텔에 먹칠하고 호텔 직원에게 인신공격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목소리는 아주 감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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