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장

왜냐면 심경준의 마음에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으니까. 그래서 자기를 좋아하고 있는 백아연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낭비하는 것 같았다. 심경준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내려갔다. 그리고 그녀의 가는 손목에 멈추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여전히 할아버지가 선물해 준 옥팔찌를 끼고 있었다. 오늘 옷차림과 별로 맞지 않아도 빼내지 않는 걸 보니까,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심경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무의식적으로 숨을 한번 깊게 내쉬었다. 도자기의 경매가 너무 치열해서, 진행자는 눈코 뜰 새 없었다. “20억!” “50억!” “54억!” “80억!” 심경준은 우아하게 번호판을 들며 지금까지 제일 높은 가격을 불렀다. 속으로 살짝 놀란 유민서는 무의식적으로 심경준을 쳐다보았다. ‘개 쓰레기, 여자 보는 눈은 없지만, 도자기 보는 눈은 있네.’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심경준도 고개를 돌리고 그녀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 그러자 유민서는 시선을 거두고 더 이상 심경준을 보지 않았다. 결국 도자기는 모든 사람의 부러움 속에서 심경준이 가져갔다. “앞으로 내가 술 먹자고 하면 이 술잔으로 날 대접해야 한다! 80억짜리 술잔이야말로 내 신분에 어울리지.” 최여준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이 잔은 너무 작아서, 네가 마시기엔 모자랄 거야. 나한테 큰 게 있는데, 그게 너랑 더 어울려.” 심경준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무슨 좋은 물건인데?” “변기.” 최여준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너 정말 나쁜 놈이구나!” 여기까지 들은 유민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몸을 돌린 채 피식 웃었다. 한편 김은주는 심경준이 80억으로 술잔을 산 것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80억으로 별장을 사면 얼마나 좋아! 오빠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김은주는 심씨 가문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남의 돈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 경매품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요. 이름을 알리고 싶지 않은 50대 남성분께서 소장하신 명대 황화리목 의자입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