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장
백아연의 눈빛이 아직도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실망, 그리고 분노.
두 사람은 평생 화해하지 못할 적이 된 느낌이었다.
‘왜 마음이 이렇게 허전한 걸까? 아주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것처럼.’
심경준이 서재로 들어가자, 미진 아주머니가 언짢은 표정으로 따라왔다.
“도련님, 김은주 씨의 차가 밑에 세워져 있는데, 마중 나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요.”
“?!”
‘세상에, 이게 웬일이래? 도련님의 태도가 왜 갑자기 바뀐 거야?’
“은주가 왜 왔는지, 잘 알고 있어요.”
심경준은 소파에 기대고 앉은 채, 허공을 쳐다보았다.
“가서 알려주세요. 김택준 때문에 온 거면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지금 김씨 가문이 엉망일 텐데, 부모님이나 잘 돌보라고 하세요. 며칠 있다가 잠잠해지면, 그때 내가 보러 간다고 전해주시고요.”
“그래도 안 가겠다고 하면…….”
“그냥 내버려두세요.”
심경준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시큰거리는 미간을 눌렀다.
그의 머릿속에 ‘쓸모없는 전남편’이란 백아연의 평가가 떠올랐다.
‘젠장! 내가 왜 쓸모없는데? 써 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알아?’
미진 아주머니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 심경준을 칭찬하며 서재에서 나갔다.
심경준은 이마를 찌푸렸다.
보아하니 미진 아주머니도 김은주를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김은주를 내쫓을 거란 말에 복권 당첨이라도 된 것처럼 기뻐했다.
…….
별장 밖으로 나온 미진 아주머니는 초조한 얼굴로 계단 위에 서있는 김은주를 싸늘하게 한번 흘겨보았다.
“도련님께서 그러셨어요. 김씨 가문의 일은 간섭 안 할 거라고. 괜히 기다리지 마시고, 이만 돌아가시죠.”
“경준 오빠를 만나야겠어요!”
김은주는 이렇게 말하며 억지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연약한 몸집은 힘세고 건장한 미진 아주머니의 상대가 아니었다.
미진 아주머니는 손도 내밀지 않고 그냥 허리를 꼿꼿이 피자, 김은주는 아주머니 몸에 밀려서 뒤로 넘어졌다.
“아! 너, 네가 감히! 나 경준 오빠 약혼녀야! 여기의 여주인이 될 사람이라고! 감히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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