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심경준은 보는 눈들이 많은 그룹내에서 김은주를 데리고 대표 사무실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자 김은주는 펑펑 울면서 남자의 품에 안기고는 허리를 꽉 감싸안는다. “오빠가 나 데리러 왔으니 망정이지.아까는 진짜 너무 놀랐어......” 심경준는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고 두손으로 김은주의 어깨를 천천히 밀어냈다. “경준오빠......”김은주는 어리둥절해 했다. “너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야?”심경준의 말투는 쌀쌀 맞았고 눈빛은 압도적이였다. “뭐 말하는거야?” “《서울일보》가서 터뜨린거.왜 그랬어?” 김은주가 한시름 놓으면서 또 남자를 안으려 했다. “그거야 내가 오빠랑 빨리 결혼하고 싶어서 그랬지.오빠는 나랑 결혼 안하고 싶어?” “하고 싶지.그래도 이러는건 좀 아닌거 같아.”심경준은 눈빛이 차가웠고 전처럼 다정하지 않았다. “뭐가 아니라는거야?오빠랑 백아연 이미 이혼했잖아!” “그래도 아직 절차가 남은것도 있고 할아버지랑 팔순잔치 끝나면 이혼하기로 약속했거든.” 심경준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전까지는 그여자 아직 내 와이프야.네가 이렇게 결혼소식 터뜨리면 세쪽에서 힘들어져.그렇게 되면 할아버지도 지금보다 더 너 맘에 안들어 하실거고.” 남자는 쑥맥이여서 무슨 일이든 항상 이익과 불이익에 대해 생각한다.그리고 어릴떄부터 감정적으로 결함이 있었지만 그와중에도 유일하게 김은주한테만 다정하다.하지만 뱉어내는 말은 여전히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는 소꿉친구인 김은주가 이해해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는 포인트를 잡지 못한채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쪽에서 힘들어 진다고?경준오빠,오빠 혹시 지금 인터넷에서 백아연이 제3자라는 말 듣고 나니까 기분 안좋은거야?그여자 신경쓰이는거야?!” “신경 쓰이는게 아니라 백아연은 제3자가 아니잖아.이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안되는거였어.”심경준은 미간이 찌푸려졌고 머리가 아파왔다. “뭐가 아닌데?맞는 얘기잖아!” 김은주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목소리는 더 뾰족해졌고 그걸 들은 심경준은 머리가 더 아파왔다. “그여자만 아니면 나 오빠랑 결혼했어!다 그여자가 중간에서 수작 부려서 이렇게 된거야!그여자가 내자리 삼년이나 차지 한거라고!” “이게 다 백아연이 삼년동안 옆에 있어줘서 지금 할아버지 태도가 그나마 바뀌게 된거야.그여자 없었으면 너랑 나 이렇게 같이 못있어.” 심경준이 말을 끝내자 가슴이 찌릿했다. 그래,백아연이 삼년이란 기한 채우고 남자를 떠난게 아니면 할아버지가 어떻게 그와 김은주가 같이 있게 가만히 둘수 있었을가? 그여자는 남자가 집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웃는 얼굴로 맞이 하였고 옷도 갈아입혀주고 뜨거운 물도 받아주면서 두말없이 모든걸 하면서 한번도 남자를 신경쓰게 한적이 없었다. 투정도 없고 욕심도 없었다.이혼합의서에 싸인을 하고 집을 떠날때까지도 한마디 원망조차 하지 않았었다. 비록 백아연이 마지막엔 돌아 보지도 않고 유진성을 선택했지만 그래도 삼년동아 그녀는 와이프로서의 본분을 지켜왔다.하지만 남자는 오히려 그녀를 호구취급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을 생각으로 삼년이 지나가기만을 손꼽았었다. 빚진걸 논하면 아무리 봐도 남자가 그녀한테 빚진게 훨씬 더 많았다. “경준오빠,오빠 지금......그여자 편드는거야?”김은주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거 같아서 놀랐다. “아니.근데 맞는말이잖아.” 이떄 핸드폰이 울렸고 심경준은 할아버지가 걸어온걸 확인하고는 짜증이 가득했다. 문을 열어보니 한민수가 문밖을 지키고 있었다. “민수야,사람 더 붙여서 은주 집에 데려다줘.” “네,대표님.”한민수는 김은주를 향해 “이쪽으로”라는 동작을 취했다. “경준오빠!나 안갈래......나 무서워!”김은주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남자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괜찮아.며칠동안은 인터뷰같은거 받지마.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 삼경준은 단호하게 여자를 내보낸후 문을 닫고는 두통을 참은채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아들었다. “할아버지.” “심경준!너 감히 약속을 어겨?너 그렇게 그 여우년 집에 들이고 싶어서 그래?” 심준호가 소리를 무섭게 질렀다. “너 김은주하고 결혼할거면 나 심준호한테는 더이상 너같은 손주는 없는걸로 알아!” “할아버지,그거 매체에서 터뜨린거예요.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예요.” “딱봐도 김은주가 퍼뜨린거겠지!네가 가만히 있으니까 급해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거야!” “은주가 한거 아니예요.은주 오해하지 마세요.” 심경준은 머리가 더 아파왔고 넥타이를 풀어헤치고는 천천히 벽을 짚어가면서 쏘파에 앉는다. 남자를 가장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속인탓에 그는 입안이 썼썼지만 남자한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김은주랑 결혼하는건 안돼!아연이랑 다시 합쳐!”심준호는 더이상 말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백아연과 다시 이어지게 하고싶은 마음뿐이였다. “할아버지,할아버지가 삼년만 지나면 제가 선택할수 있게 저한테 약속 하셨던거잖아요.” 심경준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호흡이 가빠졌다. “저랑 백아연은......다시 만날 가능성 없어요.제 미래 와이프는 은주여야만 해요.” “그래....그래!눈이 먼 미친놈 같으니라고.나 죽은한이 있더라도 네가 아연이 잃고나서 울면서 후회하는거 보고 죽을거다!” 말을 끝내고 어르신은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심경준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머리를 손으로 싸쥐고는 책상앞으로 다가가서는 급하게 진통제를 꺼내 삼켰다. 김은주를 데려다 주고 돌아온 한민수가 그 모습을 보더니 걱정하면서 남자를 부축여 준다. “대표님,괜찮으세요?또 두통 온거예요?” “괜찮아.”심경준이 천천히 앉더니 눈을 감고는 퉁퉁 부어오른 관자놀이를 주무른다. “계속 진통제 먹는것도 아닌것 같아요.삼년동안 작은 사모님이 대표님한테 마사지도 해주구 침질해줘서 두통이 많이 나아지셨는데 왜 갑자기 발작한거예요?” 한민수가 마음아파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작은 사모님이 계셨으면 좋았을텐데.매번 침질 끝나면 제대로 주무셨잖아요......” “그여자 얘기 꺼내지도 마.”심경준이 한숨을 내쉰다. “아참,대표님이 시키신거......저 알아냈어요.”한민수가 눈빛이 반짝이더니 말을 멈첬다. “말해.” “작은 사모님 찌라시 뿌린 계정 있잖아요.소스 넘겨준 사람이.......김은주씨예요.” 심경준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고 심장은 쪼그라 들것만 같았다. “제대로 알아본거 맞아?그럴리가 없잔아?!” “제대로 알아본거 맞아요.몇번이나 확인했어요.” 한민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안그럼 어떻게 이 모든게 딱딱 맞아 떨어질리가 없잖아요?결혼소식 나가자마자 찌라시가 바로 올라온건데.딱봐도 미리 준비한거잖아요.” 심경준은 한동안 얼어붙었고 온몸에 힘이 풀리는듯 했다. “은주야,네가 어떻게 그럴수 있어......” 김은주가 자신을 사랑하고 신경 쓴다는것도 백아연을 싫어한다는것도 남자는 다 알고 있다.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분풀이 해서는 안되는거다. “가서 처리해.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해지기전까지 모든 찌라시 전부 사라지게 해!” 김은주가 집으로 돌아가자 부모님과 김택준 모두 집에 있었고 김은주가 돌아온걸 보고는 기뻐했다! “아이고 동생아!너 이 방법 진짜 제대로 먹힌거 같아!” 김택준은 좋아서 입을 못다물었다. “네가 심대표와의 결혼소식 발표하고 나니까 우리 금영그룹 상황도 나아졌어!지금 많은 호텔이며 모텔에서 다 우리한테 예약 넣고있어.이제 돈 쓸어담을 일만 남았다!” “착한 우리딸!너 이번에 우리가족 공신이야!”김이사장도 옆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에 기성그룹호텔에서 금영그룹 산하에 있는 하이브의 모든 침구들 환불하고 잠정적으로 합작 취소한걸로 인해 업계에서 금영그룹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아 여러 주문을 내린 호텔에서도 주문취소하는 일이 생겨 금영그룹의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여서 두 부자는 가마솥에 올라간 개미마냥 속이 타들어갔다. 그래서 김은주가 결혼발표라는 방법을 생각해내서 위태로운 가족사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역시 효과가 확실했다.심진이라는 금전수는 진짜 돈을 굴러 들어오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김은주는 하나도 좋지 않았고 얼굴이 축 처져있었다. “사업은 다시 살아났지만 내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뤘는지 알아?경준오빠가 오늘 나랑 싸우기까지 했어.그리고 그 노인데도......아마 나 더 싫어할걸!” “무서울게 뭐가 있어!심준호 그 오늘내일 하는 노인네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얼마 못가 죽어!” 김택준이 속으로 웃었다. “그 노인네 죽는날이면 이모가 심경준 손에 넣고 네가 심경준 손에 넣으면 심진은 우리손에 들어있는거야!” “그래 은주야.” 김사모가 다가오면서 김은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눈에는 욕망이 가득했다. “경준이가 너 사랑하는한 심준호는 네가 그집에 발들이는거 못막아.네 이모가 가장 좋은 사례야.” 김은주가 이말을 듣고 나서야 위로를 받고는 다시 자신감 가득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심가네 집안에 시집가서 다들 부러워하는 대표 와이프가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