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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장

심경훈은 이를 악물며 붉게 물든 입술을 닦았다. 두통이 밀려오는 동시에 취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단 한 번도 먼저 입을 맞춘 적이 없었다. 딱 두 번 있었던 경험도 다 김은유가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그도 그저 입꼬리에 입을 맞추게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백서아의 입술 사이를 마구 탐했던 광기는 마치 둑이라도 터진 듯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 너무 많이 마셔서 계속 제정신이 아니었어.” 심경훈은 무력하게 몸을 뒤로 눕히며 시큰거리는 미간을 꾹 눌렀다. “앞으로는 이렇게 마시면 안 되겠어. 괜히 문제 생길라.” “헛소리야! 넌 그냥 취해서 양아치 짓한 거지! 넌 우리 서아 씨한테 강제로 입을 맞춘 거야! 이 개보다도 못 한 자식!” 허여찬은 주먹을 꽉 쥔 채 분함에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다. 막 중상을 입은 게 아니었다면 정말 포댓자루를 씌운 뒤 흠씬 두들겨 주고 싶었다. 독한 술 때문에 감정이 잘 제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처의 입술이 자신과 맞닿은 그 순간 느껴진 달큰한 느낌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나 피곤해, 나가.” 심경훈은 짜증이 일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양심 없는 자식, 틈을 노려도 때가 있지! 서아 씨 다쳐서 몇 바늘이나 꿰맸단 말이야. 어떻게 다친 틈을 타서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허여찬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안타까워져 분노에 찬 목소리로 질책했다. 심경훈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아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 강서진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또 찬물로 아직도 뜨겁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반복해서 식혔다. 그러고 나서야 지친 몸으로 병원에서 나왔다. 물기 어린 두 눈에는 열기와 분노가 얽혀 있었다. ‘이혼도 한 마당에 입을 맞추다니? 어떻게 날 이렇게 쉽게 보지?’ 정말이지 너무나도 분했다! “진아!” 바로 그때, 길게 뻗은 인영이 황급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진아, 미안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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