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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서지수는 마음이 산산조각 난 듯 아파서 입술을 꾹 다문 채 물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난 그냥 경고하는 거야. 나 없이 네 인생은 엉망진창이 될 거라는 걸.” 진수혁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내려다봤다. “이걸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유리 허락부터 받아.” 소유리가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 “그래. 이제 이 집 주인은 너니까. 갖고 남기는 것 전부 네가 정하면 돼.” 진수혁은 소유리에게 말하면서도 시선은 서지수를 향했다. 마치 말을 안 들으면 대체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리듯이 말이다. 서지수는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모욕감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지수가 기념 삼아 가져가려는 거라면 괜찮지만,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한다면 좀 그래. 네 마음을 헐값에 내던지는 것 같아서. 나 같으면 아무리 급해도 못 그럴 것 같아.” 진수혁은 고개를 돌려 서지수를 보았다. “들었어?” 서지수는 대답 대신 손에 쥐고 있던 보석을 힘껏 바닥에 던졌다. 와르르 부딪치는 소리가 나자마자, 그녀는 걸음을 옮겨 두 사람을 등지고 방에서 나가버렸다. 다시 한번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수가 왜 저렇게 화를 내지? 내가 아까 한 말이 기분 나빴던 건가?” 소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자책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서 사과라도 해야 할까?” “그럴 필요 없어.” 진수혁은 딱 잘라 거절했다. 소유리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네 맘에 안 드는 물건이 있으면 말해. 치워버리라 할게.” 진수혁은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여기 있는 것 전부 다 네 거야.” “고마워, 수혁아.” 소유리는 그의 품에 가볍게 안겼다. 그 장면을 서지수 역시 보고 말았다. 그들이 만나는 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도, 저렇게 다정하고 애틋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가슴 한구석이 시리도록 아팠다. 예전에는 분명 그녀에게만 사랑을 속삭이던 그가 지금은 전혀 다른 여자를 토닥이며 애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언제까지 짐을 싸고 있을 건데? 혹시 가기 싫은 거야?” 진수혁은 그녀에게로 다가와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차갑게 물었다. 서지수는 캐리어 뚜껑을 닫으며 대꾸했다. “그냥 궁금해서. 네가 어쩌다 쓰레기가 됐는지.” “그 답은 찾았어?” 진수혁이 물었다. 서지수는 짧게 답했다. “응.” “그럼 됐어. 이 집은 더 이상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나가.” 진수혁은 어떤 미련도 없다는 듯 말했다. 서지수는 순간 그녀가 여기 눌러앉아 이혼 안 해주면, 소유리는 평생 어둠 속에 갇힌 내연녀로 살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그게 바로 그가 원했던 상황이라는 걸 알기에 마음을 접었다. “하늘이 물건은 챙길 필요 없어. 네가 집을 구하면 따로 보내줄게.” 진수혁은 예전과 똑같이 사람 약 올리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그때쯤이면 네 어머니 치료비 때문에 애 물건마저 팔아버릴지도 모르겠다만.” “네가 그렇다고 해서 남도 그렇다고 생각 마.” 서지수가 단칼에 쏘아붙였다. 그러자 진수혁은 그녀에게 바싹 다가와 약간 허리를 숙여 그녀를 눈앞에 가두듯 내려다봤다. “그래, 두고 보자. 네가 어떻게 살지 너무 기대되네.” 서지수는 그를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밀쳐버리려는 순간 소유리가 밖으로 나왔다. 가까이 있는 두 사람에게 눈길이 닿자, 소유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하지만 진수혁에게 질투를 들키면 안 될 것 같았는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 “수혁아.” “왜?” 진수혁이 고개만 살짝 돌려 그녀를 봤다. “안에 있는 물건들 전부 마음에 드네. 다 내 거 해도 되지?” 소유리는 이 말을 하면서 서지수를 은근히 흘겨보았다. 진수혁은 몸을 곧추세웠다. 여전히 태도가 여유롭고 무심했다. “갖고 싶으면 가져. 일일이 내게 허락받을 필요 없어.” “그래도 네가 지수한테 준 거잖아. 내가 막 가져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 소유리는 겉으로만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애초에 말도 꺼내지 말았어야지. 마음에 든다고 해놓고 여린 척하는 건 무슨 의미야?” 서지수는 얼굴에 분노를 가득 띤 채 응수했다. “불륜까지 한 주제에 대체 뭐가 더 걱정인데?” 소유리는 순식간에 눈가가 붉어졌다. “수혁아...” 그 순간, 진수혁의 태도는 더없이 차가워졌다. 그는 다시금 서지수의 앞으로 성큼 다가가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내연녀야. 그것도 몰랐어?” 서지수는 살짝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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