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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사모님, 오셨어요.” 집사는 여느 때처럼 인사를 건넸다. 진수혁과 소유리도 고개를 돌렸다. 소유리는 서지수를 보고 뭔가 말하려다 망설이듯 인사했다. “지수야.” 서지수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시선을 돌린 채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혹시라도 눈이 마주치면 당장 화를 터뜨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리가 너한테 인사하는 걸 못 들었어?” 진수혁의 차갑고 무심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면, 너 원래 이렇게 예의가 없었나?” 서지수는 걸음을 멈췄다. ‘예의가 없어?’ 그녀는 돌아서서 둘을 노려보며 비웃듯 뱉었다. “불륜을 집에서까지 저지르는데, 내가 왜 예의를 보여야 하는데?” “여긴 내 집이야. 어떻게 하든 상관없잖아.” 진수혁은 여유롭게 대꾸했다. “보기 불편하면 네가 나가면 돼.” 서지수는 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마음이 자신에게 없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잔인한 말을 직접 듣자 가슴 한가운데가 칼에 베이는 듯 아팠다. 그는 예전에 분명히 이 집은 그녀의 집이나 다름없다고, 자기 것이 곧 그녀의 것이라고 말했었다. “수혁아, 그래도 지수는 네 아내잖아.” 소유리는 부드럽게 타이르듯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심하지 않아?” “난 이미 기회를 줬어. 근데 본인이 거부한 거지.” 진수혁이 이런 말을 할 때 시선은 줄곧 서지수를 향하고 있었다. 서지수 역시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둘 다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지수야, 그냥 네가 수혁이한테 사과해. 수혁이가 너를 얼마나 생각하는데, 분명 넘어가 줄 거야.” 소유리는 슬쩍 불을 지피듯 덧붙였다. “네가 말 안 해도 곧 나갈 거야.” 서지수는 소유리에게 단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쓰레기 남편이랑 불륜녀 냄새나는 집에서는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거든.”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 자리에 더 머무르면 역겨움에 숨 막힐 것만 같았다. 쾅! 문이 크게 닫히는 소리가 집 안에 진동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서지수는 캐리어를 꺼내 짐부터 싸기 시작했다. 진수혁이 일부러 자극한다는 걸 알아도 참아줄 수가 없었다. 중요한 문서와 서류를 챙긴 뒤 옷방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수도 없이 많은 옷, 가방, 액세서리가 있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보석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돈이 절실했기에 이걸 팔아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이었다. 아직 물건을 꺼내 정리하기도 전에, 진수혁이 소유리를 데리고 그 방으로 들어왔다. “지수야, 이렇게 값비싼 보석들을 아무렇게나 다뤄도 돼?” 소유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리미티드 에디션과 맞춤형 보석에 눈이 반짝했다. “설마 팔아치울 생각이야?” 서지수는 냉랭하게 받아쳤다.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소유리는 옆에 서 있는 남자를 흘끗 보고 나서 다시 말했다. “근데 이건 전부 수혁이가 너한테 준 건데, 이렇게 팔아버리는 건 좀...” “네가 뭔데 상관이야.” 서지수는 거칠게 쏘아붙였다. 그 순간까지 말이 없던 진수혁이 입을 열었다. “서지수, 너 보석 훔쳐 가는 버릇도 있나 보네.” 서지수는 손을 멈추었다. ‘훔친다니?’ “내가 경찰에 신고하면 징역 몇 년이려나?” 진수혁은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우리 아직 이혼하기 전이야. 게다가 이건 네가 나한테 준 건데 어떻게 훔친 게 될 수 있어?” 진수혁은 한 걸음 다가가며 온화한 어조에 비수 같은 말을 담아 냈다. “내가 너한테 준 거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내가 취미로 모아둔 내 컬렉션이라고 하면 어쩔 거냐고?” 서지수는 순간 깨달았다. 그는 그녀가 이 집에서 아무것도 가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퇴로를 차단하려는 거였다. “네가 가져간다고 해서 막진 않을 거야. 하지만 이혼하는 날 도둑이 들었다고 신고할 거라는 건 알아 둬.” 진수혁은 예나 지금이나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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