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서다은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어두운 얼굴을 한 채 통창 앞에 서 있는 박지헌을 보았다.
따스한 햇살이 그의 몸을 비추자 더욱 훤칠하고 늠름하게 보였다.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박지헌뿐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뒤로 다가가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지헌 씨, 뭘 보고 계세요?”
두 손이 양복 재킷 안으로 들어가 위로 올라가려는 순간 박지헌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서다은, 그 신발 네가 정말로 잃어버린 거 맞아?”
그가 그녀의 이름 세글자를 정색하며 부르자 그녀는 얼굴이 굳어진 채 손을 빼더니 일부러 삐친 척 뒤돌아섰다.
“지헌 씨, 왜 그래요? 지금 신발 때문에 절 하루 종일 괴롭혔어요.”
“내가 묻잖아, 그 신발 네가 정말 잃어버린 거 맞아?”
서다은은 억울한 듯 소리쳤다.
“당연하죠! 제가 일부러 숨기기라도 했단 말이에요? 제가 그런 짓을 왜 하죠?”
“그래. 그럼 지금 네가 그 신발을 들고 갔던 장소랑 만났던 사람들을 전부 떠올려 봐.”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요?”
“왜냐면.”
그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하고 단호했다.
“그 신발을 꼭 찾아야 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사모님께서 널 연예계에서 퇴출하겠다고 했어.”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신발 한 켤레 때문에 절 퇴출시킨다고요? 미친년, 정신 나갔나 봐?”
박지헌은 차갑게 말했다.
“미친년인 걸 알면 얼른 생각해. 오늘 운성시를 다 뒤져서라도 반드시 그 신발을 찾아야 해.”
그녀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사실 그 신발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몰래 숨겨놓았다.
그녀는 그 신발을 갖고 싶어서 숨긴 게 아니었다. 단지 강하나가 기분 나빠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미연이 그 신발을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여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헌 씨, 저 추위 좀 타는 것 같은데 따뜻한 음료 좀 사다 주시면 안 돼요? 전 갔을 법한 장소를 적어 놓을게요. 지헌 씨가 돌아오면 거의 다 적었을 거예요.”
“알았어. 빨리 적어 놔.”
박지헌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신발을 갈아 신고는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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