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장
박지헌은 몰랐다. 자신의 욕설이 그대로 기록되어 조정 실패의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성격이 난폭하고 가정폭력의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로 활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박지헌 씨, 조정을 거부하시는 겁니까?”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조정관이라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 달 후 법원에서 재판이 열렸다. 그리고 예상대로 박지헌은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 변호사가 말한 대로 그의 불참 여부와 상관없이 법원은 제출된 증거 자료와 그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곧바로 이혼을 선고했다.
법원 문을 나서는 순간 강하나는 마치 긴 안개를 뚫고 드디어 햇빛을 본 기분이었다.
드디어 이혼했다. 그리고 드디어 자유로워졌다.
법원 정문 앞에는 단정우, 박지헌, 그리고 박재헌이 나란히 서 있었다.
단정우는 그녀와 함께 온 사람이었다.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하며 아직 연인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 경계는 무의미할 정도로 가까워진 상태였다.
박지헌은 법정에서 선고가 내려지는 걸 듣기 위해 왔다.
여기까지 오고 나니 더는 막을 수도 없었다. 이제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박재헌은 단순히 구경하러 왔다. 그는 손을 맞잡고 있는 강하나와 단정우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곤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 순간 박재헌은 자연스럽게 과거를 떠올렸다.
강하나와 함께 해외에서 살던 때의 기억.
그때 그녀는 이제 막 발을 들인 신인 감독이었다. 영화 연출 경험도 없었고 간간이 광고나 홍보 영상을 찍는 정도였다.
반면 박재헌은 이미 나름 유명한 밴드의 보컬이었다.
그날도 그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마트까지 그녀를 마중 나갔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그녀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밤새 연습하고 노래하느라 낮에는 늘 피곤했는데 이상하게 그녀의 그 멍청한 웃음이 눈에 띄었다.
결국 그는 다가가 그녀의 이마를 튕겼다.
“또 멍때리면서 딴생각했지? 들고 갈 힘도 없으면서 괜히 장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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