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그날 밤, 단잠에 빠져 있던 추나연은 문득 느껴지는 음산한 기운에 눈을 번쩍 뜬다.
창가에 곽운경이 서있었던 것이다.
살짝 벌어진 창문 틈 사이로 풀어오는 밤바람이 곽운경을 뚫고 불어들어왔다.
깨끗하던 혼은 벌써 어두운 검은색으로 뒤덮어져 있다.
추나연이 깼다는 걸 눈치챘는지 곽운경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빨갛게 충혈되어 동공이 잔뜩 수축된 그의 눈을 본 추나연은 벌떡 일어나 다가가더니 부적 한 장을 그의 이마에 척 붙였다.
순식간에 검은색의 사악한 기운들은 전부 부적 안으로 빨려들어가며 한 줌의 재로 남아버렸다.
“별채 갔어?”
곽운경이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온 눈을 지그시 떴다.
“이 짓 벌인 사람은 벌써 죽었어.”
“......”
곽운경이 다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궁전을 방불케 하는 소정원에 내려앉은 땅거미는 마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손마냥 모든 빛을 가리고 있는 듯 했다.
“말했잖아, 음기나 원한 깊은 곳엔 가지 말라고.”
곽운경이 음기의 집결지인 별채를 찾아간다는 죽여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
대답 없는 곽운경을 뒤로 하고 추나연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곽운경의 무거운 음성이 다시 한번 들려왔다.
“그날 시골집에서 먼저 떠난 건 익숙한 느낌을 받아서였어.”
추나연은 여전히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난 계속 그 묘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끌리거든. 강성에 처음 온 그 날도 마찬가지였어, 그걸 따라갔다가 부정 탄 거고.”
추나연이 그제야 이불을 거둬내고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곽운경이 곁으로 떠왔다.
“모험하면 안 된다는 거 알아. 근데 넌 못 느낄 것 같더라고.”
말인 즉 그 기운이 추나연보다 세서 위험이라도 닥칠까 홀로 찾아보려 나섰다는 것이다.
“이 쪽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찾으면 뭐 어쩌게? 이용이나 당할 거잖아.”
“난 네가 나 때문에 다치는 게 싫어서 그래.”
“수행인들 중에 다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건 날 지키는 게 아니라 내 수행을 방해하는 거야.”
“......”
추나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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