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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도범이 떠난 후, 흰색 긴 치마를 입은 이쁜 소녀가 옆방에서 걸어나왔다. "아가씨, 어떡할까요? 아까 도련님께서 하신 얘기, 아가씨도 들으셨죠? 도련님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노인이 즉시 손을 내밀어 공수하며 앞에 있는 젊은 소녀에게 말했다. 이에 소녀가 담담하게 웃었다. "정상이에요. 아무래도 그때 당시 그와 그의 어머니가 발견된 후 바로 쫓겨났고, 여러해 동안 한 번도 도씨 가문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으니. 우리가 더 일찍 찾아왔더라면 좀 더 쉬웠겠는데.” 그러다 소녀가 쓴웃음을 한 번 짓고는 말을 이어갔다. "만약 제가 도범이었다면, 제가 9대 전신의 전속 의사라는 신분이 밝혀지고 명성과 재산도 생긴 후에야 친척들이 다시 나타나 저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거였으면 저의 태도도 별로 좋지는 않았을 거예요." 노인이 소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희의 말이 다 끝내지도 않았는데 떠나버렸는걸요. 에휴, 그렇다고 저희는 그냥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죠! 아니면 직접 도련님의 집으로 가서 사실대로 말할까요?" 소녀가 생각에 잠깐 잠기더니 말했다. "급해하지 말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죠. 저희가 아무래도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 같으니 그에게도 이틀의 시간을 주고 저희를 받아드리게 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해요. 그리고 그 후의 일이라면... 내일에 방법을 찾아 서정이 나와서 저희와 한 번 만날 수 있도록 해보죠." 노인이 한참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가씨의 말이 맞습니다. 도련님과 가주 사이에는 그다지 돈독한 감정이 없으니 그의 반응이 정상적이긴 했죠. 그러니 먼저 서정을 설득하는 게 좋겠네요. 필경 두 분께서 나눈 정도 있으니 가주께서 중병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아마 저희더러 도련님을 데리고 가게 할 수 있겠죠.” 도범은 어두운 얼굴로 곧장 박씨네 집으로 돌아왔다. 예전에 도씨 가문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매정하게 굴었던 일들을 생각하기만 하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도범아, 왜 그래? 안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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