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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8화

허준화는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전에 도범에게 철저히 짓밟혔을 때, 허준화는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수긍하지 않았다. 도범의 성적이 자신의 것보다 높을지라도, 허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재능이 도범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믿었다. 도범이 허준화의 성적을 넘었다는 것은 단지 도범이 단기 룬을 집결하는 데에 약간의 재능이 있었기 때문일 뿐이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도범이 자신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실 허준화의 추측은 맞았다. 허준화의 마음속에서 그 자부심이 다시금 솟아오르며, 전체적인 분위기가 더욱 빛나 보였다. 그러나 허준화를 약간 놀라게 한 것은, 자신이 이런 말을 한 후에도 단목 문주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상대가 있는 자리에서 너무 과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두 마디 정도는 칭찬해 줄 법도 했다. 단목 문주는 허준화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허준화는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단목 문주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단목 문주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 단목 문주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으며, 입술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마치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얼굴에 온갖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는 단목 문주의 모습을 본 허준화는 더욱 당황했다. 그 순간, 허준화의 귀에 갑작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허준화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보니, 동방 장로가 웃고 있었다. 이윽고 허준화의 시선이 동방 장로에게로 향하자, 동방 장로는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헛기침하며 감정을 억눌렀다. 그러나 동방 장로의 입가에서 번지는 미소는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 조백미도 살짝 눈을 내리깔았지만, 조백미의 눈에서도 진한 조소가 담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허준화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왜 모두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당연히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몇 마디 칭찬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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