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김이나는 자기가 여기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선심을 쓴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발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송유리 쪽을 돌아봤다.
송혁수가 미간을 먼저 찌푸리며 쌀쌀맞게 말했다.
“뭐 하러 왔어?”
김이나는 송유리를 쳐다보며 눈에 차가운 기색을 잠깐 비추더니 이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돈 떨어져서 아빠한테 손 벌리러 온 거야? 네가 잘못한 게 많긴 해도 부모님 손에 그렇게 오래 컸으니 정은 있겠지. 그러니 진짜 밥 굶고 다니면 나도 모른 척할 수 없잖아.”
그러면서 그녀는 명품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몇 장의 만 원짜리 지폐를 송유리에게 건넸다.
“자, 받아.”
돈은 송유리 앞에 있었지만 그녀는 이것이 호의가 아닌 모욕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송유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돈 있어. 난 할머니 보러 온 거야.”
“할머니 보러?”
김이나는 마스크 뒤에서 비웃음을 흘렸다.
“너 제발 할머니 앞에 나타나지 마. 그러잖아도 아프신데 너 같은 도둑년 보면 자극받으셔.”
송혁수는 김이나 손에 있던 돈을 낚아채 송유리에게 집어 던졌다.
“맞아! 너 같은 불효녀는 할머니 앞에 얼씬도 마. 돈 받고 꺼져!”
돈은 송유리 몸에 맞고 바닥에 흩어졌다.
송유리의 자존심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드는 아픔만이 그녀가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듯했다.
“그냥 할머니 얼굴만 볼게요.”
“네가 무슨 자격으로?”
송혁수가 쏘아붙였다.
결국 양어머니 임진경이 그를 말렸다.
“여보, 그만 해요. 유리가 무슨 잘못을 했든 우리 집에서 오래 자랐잖아요. 정도 있는데 보게 해 줘요.”
김이나는 재빨리 맞장구쳤다.
“엄마 말이 맞아요.”
송혁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침묵으로 허락한 셈이었다.
그때, 응급실 위 수술 등이 꺼지고 문이 열리더니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걸어 나왔다.
송혁수는 송유리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임진경과 함께 의사를 붙잡고 물었다.
“어머니는요?! 살릴 수 있습니까? 어떻게든 살려내야 합니다!”
의사는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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