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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송유리가 겨우 몇 분 앉아 숨을 돌리고 있던 그때, 갑자기 한 직원이 휴게실 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그 직원은 얼굴은 새파랗게 질린 채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송유리! 송유리는 지금 어디 있어?” 구석에서 살짝 몸을 숨기고 있던 송유리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다. ‘설마 잠깐 쉰 게 들킨 건가? 아니... 몇 분 휴게실에 앉아있었다는 게 이렇게 한 소리 들을 일인가? 내가 소도 아니고... 일을 시키더라도 잠깐은 쉬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직원은 송유리를 보자마자 다급히 외쳤다. “진우정 매니저님이 너 찾느라 난리야! 빨리 1번 룸으로 가봐!” “1번 룸이요? 또요?” 송유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평소에도 1번 룸을 피해 다녔는데, 또 그곳으로 가야 한다니...’ 직원은 설명할 겨를도 없이 송유리의 팔을 잡아당기며 재촉했다. “어서 가! 지금 상황이 아주 안 좋아. 진우정 매니저님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야!” 송유리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아니... 도대체 왜? 난 오늘 아예 1번 룸 근처에도 안 갔는데?’ 그녀는 질질 끌려가며, 급히 벗어놨던 마스크를 다시 착용했다. 겨우겨우 1번 룸 앞에 도착했을 때, 송유리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문을 밀려 안으로 들어갔다. ‘준비할 시간도 안 주네?’ 방 안은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돌았다. 송유리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진우정 매니저는 그녀를 거칠게 끌어냈다. “송유리, 네가 직접 설명해 봐. 분명 난 너더러 1번 룸으로 오라고 했는데, 왜 너 대신 서우 씨가 온 거지?” 그제야 송유리는 방 안에 웅크린 채 앉아있는 손서우를 발견했다. 손서우는 마스크도 벗겨진 상태였고 얼굴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 송유리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저... 저 진짜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녀가 겨우 입을 떼자, 손서우는 바로 말을 가로챘다. “모른다고? 분명히 너한테 1번 방에서 호출했다고 말했잖아! 네가 가기 싫다고 해서 내가 대신 온 건데, 이제 와서 모른다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만약 네가 나한테 부탁하지 않았으면, 내가 감히 1번 룸에 들어갈 생각을 했겠어?” 손서우는 윤지훈과 고인성을 번갈아 바라보며 더욱 부풀려서 말했다. “정말이에요! 송유리가 저한테 부탁했어요. 어차피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들키지 않을 거라고요. 저는 정말 그런 줄 알고 도와준 건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 후회돼요. 괜히 그런 부탁을 들어줬어요!” 손서우는 송유리를 함께 끌어내리려 했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살아남는 길은 송유리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적 없어요! 저는 아무것도 들은 적 없고, 아무런 부탁도 한 적 없어요!” “거짓말하지 마! 휴게실에 있던 다른 직원들도 다 들었어!” 손서우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마치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듯, 목소리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평소 다른 직원들과 잘 지냈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이 정도면 끝났어. 윤지훈과 고인성 같은 사람들은 굳이 시간을 들여 진실을 파헤치지 않을 거야. 결국 많은 쪽수의 말을 믿을 테지. 송유리는 이제 완전히 끝장이야.’ 송유리는 급히 해명했다. “저는 오늘 손서우 씨랑 아예 말도 섞은 적 없어요. 믿기지 않으시면 CCTV 확인해 보세요!” 손서우는 비웃음을 지으며 받아쳤다. “CCTV를 확인하자고? 대표님들께서 그렇게 한가하실 것 같아?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증인인데, 왜 굳이 귀찮게 확인해?” “그렇게 말하는 건 언니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거짓말? 난 진실만 말하고 있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내 말에 동의할걸? 네 말을 증명해 줄 사람은 있기나 하고?” 윤지훈의 얼굴은 이미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졌고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진우정 매니저는 크게 소리쳤다. “그만들 해! 손님들 앞에서 무슨 짓이야!” 매니저는 언성을 높이던 두 사람을 진정시킨 뒤, 윤지훈과 고인성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정중하게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일은 제가 관리를 소홀히 한 탓입니다. 여기 계신 두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오늘 모든 술값은 전액 면제해 드리겠습니다.” 윤지훈은 비웃음을 터트렸다.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건가? 술값 공짜로 해 준다고 이 일이 해결된다고 생각해? 우리한테 오늘 술값이 돈으로나 보일 것 같아?” 그들이 비트 타운에서 하루에 쓰는 돈이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몇억 원에 이르렀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잔돈에 불과했다. 매니저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입니다. 저희 가게의 진심을 보여드리고자 하는 작은 제스처일 뿐이었습니다. 이번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송유리를 당장 해고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약속드리겠습니다.” 매니저에게는 손서우가 훨씬 쓸모 있는 인재였다. 손서우는 평소 매출도 좋았고, 오래된 직원이라 가게의 사정에도 밝았다. 반면 송유리는 그저 평범한 서빙 직원일 뿐이었다. 누가 봐도 손서우를 남기고 송유리를 내보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해고한다고?” 윤지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고인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실 누가 해고되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사과를 받아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고인성은 달랐다. 그는 송유리를 보기 위해 여기에 온 사람이었다. 고인성의 반응이 궁금했던 윤지훈은 그를 떠봤다. “인성이 형, 형은 어떻게 생각해?” 고인성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송유리를 바라보았다. “만약 진짜로 호출받았다면, 이 자리로 왔을 거야?” 송유리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진실을 말할 상황이 아니었다.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거짓이라도 고해야 했다. “네. 당연히 갔을 겁니다.” 고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난 네 말이 진실이라고 믿어.” 윤지훈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이렇게 쉽게 끝낸다고?’ “인성이 형, 형이 이렇게 쉽게 넘어가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 고인성은 윤지훈을 가볍게 힐끔 보며 말했다. “정리해.” 윤지훈은 기회가 왔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매니저를 향해 소리쳤다. “뭐해? 못 알아들었어? 송... 뭐지?” “송유리입니다.” “그래. 송유리 씨 말이 진실이고 손서우 저 여자가 거짓말한 거잖아. 우리 두 사람을 바보로 보는 저 여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매니저는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서우 씨, 당장 짐 싸서 나가. 오늘부로 해고야.” 손서우는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이 직장은 그녀에게 매우 중요했다. 월세, 생활비, 카드 대금까지 모두 이곳의 월급에 달려 있었다. 수입이 끊기면 당장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 뻔했다. 더 큰 문제는 남자 친구였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지면 그도 떠날 게 분명했다. 손서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매니저의 발을 붙잡았다. “제발요... 저 정말 거짓말 안 했어요. 송유리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저를 믿어주세요. 매니저님, 제발 제 말 믿어주세요. 저 이 일 없으면 정말 살 수가 없어요.” 매니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만 닥치고 나가!” ‘팍!’ 매니저의 손이 손서우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고 얼굴에 붉은 손자국이 고스란히 새겨졌다. 다른 한쪽 얼굴에 똑같은 크기의 손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처음에 손서우의 얼굴을 때린 것도 매니저였던 셈이다. “지금 당장 꺼져! 한 마디라도 더 하면 이번 달 보너스까지 싹 다 없애 버릴 줄 알아!” 매니저는 보안 요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뭐해? 당장 끌어내!” 보안요원들은 손서우를 번쩍 들어 올려 룸에서 끌고 나갔다. 매니저는 다시 한번 허리를 깊이 숙이며 윤지훈과 고인성에게 사과한 후, 서둘러 방을 나갔다. 룸 안은 드디어 조용해졌다. 하지만 송유리는 여전히 룸 한가운데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고인성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와서 내 옆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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