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44화
비록 몇 년 전 일이지만, 원경릉에겐 그 사건이 지금도 여전히 흑역사로 남아 있었다.
거의 술자리를 마칠 무렵, 원경릉과 친왕비들은 마당을 걸으며 술을 깨고 있었다.
훼천은 여자들이 일어날 때 작은 소리로 요부인에게 속삭였다. “날이 어두우니 길 조심해요.”
요부인 얼굴이 살짝 빨개지고 미색이 아주 살풍경하게 말했다. “다 들려.”
훼천이 미색에게 눈을 흘기고 남자들과 술잔을 계속 주고받았다.
여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회랑에 올라 마당에 초목이 우거져 그늘진 곳을 보는데, 누군가 서 있는 것 같아 원경릉이 자세히 보니 아무래도 안풍 친왕비 같은 것이, 꽃나무 뒤에 서서 본관에 있는 사람을 보는 모습에 놀라서 물었다. “안풍 친왕비 마마?”
“누구야?” 요 부인이 물으며 쳐다봤다. “사람이 대체 어딨는데? 안풍 친왕비 마마는 본관에 계시지 않아?”
원경릉이 다시 보니 보이지 않아 헤헤거리며 웃었다. “제가 취했나봐요, 눈이 다 삼삼한 게!”
“원래 술도 잘 못 마시면서 오늘 밤엔 그렇게나 많이 마시더라니요.” 원용의가 말했다.
사식이가 킥킥 웃어댔다. “사실 원 언니가 오늘 술주정 부릴 줄 알았는데, 마셔도 아무 일도 없을 줄이야.”
그러자 원경릉이 사식이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혔다. “요 계집애가 내가 주정부리는 걸 보고 싶었단 말이지.”
다들 깔깔 웃느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꽃밭으로 멀리멀리 흩어져갔다.
돌아봐도 꽃나무 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은 아무에게도 안 들리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월은 앞으로 가고 피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지만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모른다.
문득 귓가에 안풍 친왕이 전에 했던 말이 울려왔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소중히 대해 줘’.
원경릉은 다시 한숨을 쉬며 사식이와 요 부인의 팔짱을 꼈다. ‘그래, 아직 같이 있으니 소중히 여기자.’
“훼천이랑 혼례를 치르니까 어때요?” 원경릉이 요 부인에게 물었다.
손 왕비는 요 부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웃으며 답했다. “뭘 물어? 요 부인이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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