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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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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73화

공주의 침실을 나온 후 원경릉은 이리 나리를 찾아 후원으로 향했다. 이리 나리는 허스키와 눈 늑대와 후원에서 뛰어 놀고 있었는데 정말 즐거워 보였다. 봄날의 햇살이 후원의 작은 연못에 금빛 가루를 뿌려놓은 듯 아름다웠고, 막 새순이 돋은 수양버들은 바람을 맞아 한들거렸다. 눈 늑대와 허스키는 수양버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이리 나리는 신나게 웃고 있었다. 원경릉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리 나리는 다른 누구 앞에서도 이런 기쁜 웃음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유독 눈 늑대를 대할 때는 모든 경계심을 풀고 진심 어린 미소를 짓는구나. 이리 나리가 세상을 경계하며 담을 쌓고, 일찌감치 현실을 자각해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본 것일까? 하지만 이리 나리를 알고 지내오는 모든 시간동안 이리 나리는 항상 사람을 진심으로 대해왔으며 누구도 속이거나 무시한 적이 없었다. 나라에 난이 일어났을 때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앞장섰으며, 돈이든 사람이든 이리 나리를 필요로 할 때 거절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리 나리는 진심을 다해 사는 사람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공주에게 착실하게 잘한 것을 모두 눈으로 확인했다. 공주가 시집온 지 몇 년 동안 전혀 건드리지 않은 것은 공주가 앞으로 임신, 출산과 양육을 견디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몸을 보양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무슨 생각 하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원경릉이 정신을 차렸는데, 언제부터 이리 나리가 자기 앞에 서 있었는지 아직 미소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원경릉을 보고 있었다. “아뇨,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이리 나리와 늑대가 이렇게 즐거운데 방해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원경릉이 웃음을 지었다. 이리 나리가 빙긋 웃으며 정자로 가더니 느긋하게 앉았다. 비단옷에 백옥같이 빛나는 외모, 맑은 기상, 여기에 약간의 시원스러움과 자유분방함이 어울려 지난날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앉으세요!” 원경릉이 이리 나리 맞은편에 앉았는데 이리 나리 눈 밑이 검어진 게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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