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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장 착각

성시연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돌아보았지만 그는 이미 가버렸다. 왠지 그의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졌는데 단순한 농담이 아닌 진지한 마음이 엿보였다. ‘착각일까?’ ... 며칠 후 성시연은 예전에 일하던 화인 병원으로 복직했다. 화인 병원은 그녀가 졸업 후 인턴 때부터 다녔던 곳이라 근무 환경도 익숙했다. 전에 여론에 휩싸였던 것을 제외하고는 별 문제가 없어 원장도 그녀가 돌아가는 것을 원했다. 어찌 보면 성시연은 정이 많은 사람이다. 정이 많아서 강찬우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집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다시 사무실에 발을 들였을 때 과거의 동료들은 거리낌 없이 농담하며 성시연을 불편하게 했다. “재벌 2세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았어? 왜 병원 일을 또 하려고 해? 혹시 헤어졌어?” 평소에도 말수가 적었던 성시연은 이 사람들의 농담을 귓등으로 흘리며 조용히 웃었다. “가십거리는 적게 보고 대신 많이 배우고 연습해. 수술은 실수할 기회를 주지 않거든.” 동료들은 안색이 변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려고 시간을 보니 9시가 되었다. 오후에 수술을 하나 추가해서 기진맥진한 성시연은 그저 집에 돌아가 포근한 침대에 눕고 싶었다. 하필 밖에서는 부슬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어 택시 잡기도 힘들었다. 평소에 우산을 챙기는 습관이 없었던 성시연은 덩그러니 처마 밑에 서서 비를 피하며 빈 택시가 지나가는지 살펴보았다. 주변에는 행인이 거의 없었고 그저 가끔 차들이 빗물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재수 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가도 코가 깨진다고 했는데 그제야 성시연은 이 말을 실감 나게 느꼈다. 성시연을 데리러 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도 여느 여자아이들처럼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바랐지만 부러워해도 가질 수 없는 것도 많았다. 어쩌다 연애를 하고 싶었어도 강찬우가 훼방을 놓아 무산으로 되어버렸다. 강찬우를 생각하며 억울해진 성시연은 혼자 빗속에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 ‘2km 걸으면 앞 골목에 가서 택시를 잡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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