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네 사람이 내 손에 있어
성시연은 많은 곳을 거쳐 결국 5살 전 엄마와 함께 살던 마을로 돌아왔다.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 하늘이 유독 파랗게 느껴졌고 공기도 훨씬 산뜻한 듯했다. 예전과 비교해도 거의 바뀐 게 없는 곳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 바람대로 이곳에 묻어줬다. 이곳은 할머니와 엄마가 태어난 곳이고 엄마가 버림받은 곳이기도 하다.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왔다는 건 앞으로 강찬우를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르고 지난 20년의 세월을 꿈에서만 소환시켜야 될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달콤한 꿈에서 깨기란 과연 쉬운 일일까?
다행히도 예전에 엄마와 함께 살던 집이 마당과 함께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이미 새로 인테리어 되었고 집주인도 바뀌어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집 면적이 넓어 방 한 칸쯤은 얻을 수 있었다. 성시연은 이 집에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었기에 새 집주인과 연락해 세를 들어 살 수 있는지 여쭤봤다.
상대방의 동의를 얻은 후 그녀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후 그녀는 몇 번이고 불렀지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문도 열려 있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마당은 어릴 때와 바뀐 게 없었다. 대신 포도 숲과 마당 대부분을 차지한 풀ㅣ잡초들이 예전보다 더욱 무성했고 어릴 때 심은 월계도 예상밖으로 여전히 잘 자라고 있었다. 식물들은 누군가에 의해 보살핌을 받은 흔적이 있었고 계절도 계절인 지라 한창 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했던 그녀는 예전에 강찬우화 함께 자신만의 화원을 꾸미는 꿈도 꾸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어 쓴웃음만 나왔다.
한참 마당 구경에 빠져있을 때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 세든 분?”
성시연은 고개를 돌려 남성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옅은 회색의 나시와 같은 색의 운동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기다란 머리는 뒤로 묶고 있었고 키도 꽤나 컸다. 방금 일어났는지 손에 물컵과 치약이 묻은 칫솔을 들고 있었다.
비록 옷차림이 남루했지만 패션의 완성은 곧 얼굴이 아니라고 했던가. 성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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