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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가장 특별한 존재

강찬우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 “안 열어봐? 없어진 물건 있는지 확인 안 해? 나도 우연히 창고에서 발견했어. 특별히 널 위해 찾아준 게 아니니 고마워할 필요 없어.” 성시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없어질 리가 없어요... 사실 나도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몰라요. 그냥 엄마한테 아주 소중한 상자란 것만 알고 있거든요. 어쨌든 고마워요 정말.” 그녀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마침 그 상자에 떨어져 불규칙한 ‘꽃무늬’를 이뤘다. 강찬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에 술을 따르더니 그녀에게 건넸다. “울음 그쳐. 짜증 나게.” 평소 같으면 성시연은 그와 함께 술을 마실 리가 없고 또 그럴 기회가 차려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이 롤러코스터와 같아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고 술잔을 건네받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독한 술이 목을 타고 들어가니 그녀는 캑캑거리며 기침을 해댔다. “콜록콜록... 이거 무슨 술이에요?” 강찬우는 바보를 쳐다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주종은 몰라도 글은 알 거잖아.” 성시연은 그제야 술병에 커다랗게 찍힌 두 글자를 보게 됐다. 그 술은 바로 XO였다. 그녀는 살짝 뻘쭘해졌다. “제가 평상시에 술을 안 마시니 당연히 모르죠. 다른 일 없으면 이만 돌아가서 잘래요.” 강찬우는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아서 무심코 술잔을 흔들었다. “전에는 항상 먼저 들이대더니 이제 와서 새침한 척이야? 이런 식으로 끼 부리는 게 너무 늦었다는 생각은 안 들어? 나한테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 그럴 필요 없어. 내 눈에 넌 항상 특별한 존재였어. 특별히... 가증스러운 존재.” 성시연은 저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그래요? 영광이네요. 어찌 됐든 적어도 찬우 씨 마음속에 특별한 존재로 남았잖아요.” 강찬우는 머리를 홱 돌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질문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말재주가 늘었어?” 술기운이 서서히 올라오자 성시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게 몸소 느껴졌다. 강찬우가 간만에 기분이 좋은 듯 많은 얘기를 나누니 그녀도 드디어 용기 내어 맞은 편에 다가가 앉았다. 이젠 이런 기회가... 더 이상 없을지도 모르니까. “찬우 씨...” 성시연은 머리를 푹 숙이고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강찬우의 눈가에 습관처럼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본인 잔에 술을 따르고 잇달아 그녀에게도 한 잔 더 따랐다. 이 남자가 그녀를 향한 증오는 꼭 마치 그녀가 이 남자를 향한 애틋한 마음처럼 뿌리 깊게 박혀버렸다. 다만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오니 이렇게 마주 앉아있어도 생각처럼 너무 괴롭지는 않았다. 습관이란 게 이래서 무서운 법이구나... 성시연도 그가 대답할지 말지 신경 쓰지 않고 제멋대로 말을 이어갔다. “만약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가끔 내 생각이 날까요 찬우 씨는?” 강찬우가 미간을 구기고 차갑게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떠날 생각이었다면 진작 떠났겠지 뭣 하러 아직도 내 옆에 들러붙어 있겠어?” 성시연은 피식 웃을 뿐 아무 말 없이 잔을 비웠다. 이번엔 사레 걸려 기침하지도 않았다.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은 심장을 타고 흘러갈 때 꼭 마치 모든 아픔을 위장으로 보내버린 것만 같았다. 몸만 뜨겁게 타올랐으니까. 그녀는 취기가 오르기 전에 얼른 방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남겨주신 상자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무거워졌다. 이건 엄마가 남겨주신 유일한 유품이다. 상자에 걸어둔 열쇠가 너무 낡아 조금만 흔들었더니 바로 열렸다. 안에는 옛날 사진과 편지 봉투가 들어있었다. 그녀가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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