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나는 큰어머니의 꾀에 어머니가 동요되지 않도록 어머니의 한쪽 어깨를 잡았다.
“큰어머니, 큰 룸을 예약하지 못하시면 저한테 미리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나는 무심코 그녀의 백금 목걸이를 흘끗 보고는 빈정거렸다.
“남들은 혹여나 실수할까 봐 자리에 참석하는 인원수보다 더 큰 룸으로 예약하는데, 큰어머니는 돈 아끼시겠다고 겨우 10인용 테이블이나 예약하시고.”
“난…”
큰어머니가 반박했다.
나는 손사래를 쳐서 그녀의 말을 끊었다.
“큰어머니께서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알아요. 돈이 없는데 뭐 어쩌겠어요. 됐어요. 제가 더 큰 룸으로 바꾸죠, 뭐. 다만 우리 집에서 평소에 큰아버지네한테 이익도 섭섭지 않게 분배해 주는데, 왜 이런 룸조차 예약하지 못하시는 건지 이해가 잘 안되네요.”
나는 큰아버지네 가족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하긴, 큰아버지께서 못 버시긴 하죠. 돈이 부족하니 큰어머니께서도 저희 어머니의 여유로운 삶을 부러워하시는 거겠죠.”
“어머니, 아버지한테 잘 일러두세요. 혹시 알아요? 큰어머니가 흑심을 품을지?”
나는 말속에 가시를 품었다.
“강효수! 교양 없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큰어머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빽 고함을 질렀다.
“제가 뭐 못 할 말 했어요? 그런 생각이 없으시면 그만이지 왜 화를 내세요? 보아하니 우리 가족을 진심으로 초대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나는 어머니의 어깨를 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가까스로 화를 참고 있는 큰아버지의 콧구멍에선 뜨거운 김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효수야, 네 큰어머니가 농담하는 거야. 네 큰어머닌 오늘 저녁에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 딱 맞게 예약을 아주 잘 잡았어.”
큰아버지는 애써 상냥한 말투로 말하며 큰어머니를 향해 험악하게 눈을 부라렸다.
“당신, 아직 할 일이 남았다며?! 어서 가!”
큰아버지의 말에 큰어머니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큰어머니를 “주 과장님”이라고 불렀던 여자도 이번엔 잠자코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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