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허허. 우리 효수 바쁜 사람이었네.”
큰아버지는 해사하게 두어 번 너털웃음을 짓더니 재킷의 밑부분을 아래로 빳빳이 잡아당기며 고개를 쳐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큰아버지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말끝을 흐렸다.
“효수도 결국엔 부모가 걷던 길을 걷고 있는데 장사꾼이 돼서 무슨 발전이 있다고. 조기졸업이라는 허명을 추구하기보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낫지.”
그는 빙빙 돌려서 우리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엔 그늘이 졌고 아버지도 의기소침해졌다.
아버지는 이런 인성의 큰아버지에게도 항상 마음을 다했고 거듭 참고 양보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이라곤 큰아버지의 멸시뿐이었다.
내 얼굴은 어느새 싸늘하게 굳어졌다.
“어쩐지 사촌 형이 1년 유급되었더라니, 큰아버지 말씀처럼 깊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졸업을 연기했나 보죠?”
나는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효수야.”
아빠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셨다.
강유한은 작년에 졸업해야 했지만 F 학점 때문에 올해 재시험을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졸업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나의 뛰어난 능력은 큰아버지의 심기를 거슬렀다.
내 비아냥거림이 큰아버지를 깊숙이 찌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입술을 꽉 오므리고, 서늘한 눈빛으로 몇십 초 동안 나를 차갑게 쏘아보더니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아랫사람과 똑같이 굴어선 안 되지!”
큰아버지는 손을 내저으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사실 좀 의외였다.
보나 마나 음흉한 음모가 판치는 모임이겠지만 이렇게까지 화를 잘 참는 걸 보면 이번 모임은 예사롭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와 부모님은 큰아버지의 뒤를 따랐고, 곧 큰아버지가 예약한 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룸 안에는 큰아버지 가족뿐 아니라 낯선 남녀 몇 명이 앉아 있었다.
대충 안을 훑어보니 큰아버지의 가족 네 명 외에도 낯선 남녀도 네 명이나 있었고, 남아 있는 푹신하고 편한 의자는 고작 두 개뿐이었다.
우리 가족은 세 사람이었는데 시작부터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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