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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익숙한 목소리였다. 지난번에 오은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여배우인 듯했다. 나는 등을 돌려 문을 열려고 했지만 오은이는 마치 꼬리가 밟힌 고양이마냥 펄쩍 뛰었다. 온몸에 경계심이 가득 드러났다. 그녀는 빠르게 탈의실 안의 캐비닛 뒤로 들어가더니 두꺼운 옷으로 자신을 가렸다. 그녀의 반응을 본 나는 두 눈가에 웃음이 어렸다. 밖에서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리자 나는 느긋하게 문을 열었다. 여배우의 이름은 여수빈, 무명 배우로 조연으로 자주 출연하는 사람이었다. 빠르게 방 안의 상황을 살핀 그녀는 내가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하자 방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대표님, 혼자 계시네요?” “은이 씨는 어딨는지 모르겠네요. 하아, 도대체 어딜 간 건지.” 한숨을 쉰 여수빈은 아주 친근한 듯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나는 이런 계략을 꾸미는 여자를 많이 봤었다. 겉으로 친근하게 구는 건 사실 다 따로 속셈이 있는 짓이었다. 천박하기 그지없는 스킬이었다. 나는 그녀의 바람대로 기분이 나쁜 듯 물었다. “은이 씨 촬영장에서 자주 사라집니까?” 여수빈은 속으로 잔뜩 기뻐했다. 역시 그녀가 생각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 대표는 정말로 그 볼 일 없는 어린애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순진한 척을 하고 있으니 이 기회는 자신의 것이 아니던가? 여수빈은 실수인 척 어깨끈을 흘러내리며 팔짱을 껴 가슴골을 만들어냈다. 그런 뒤 나의 팔뚝에 비비적대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니까요,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매번 촬영만 끝나면 사라진다니까요. 들어보니까 맞은편 세트장에서 지성한이 사극 촬영한다는데 은이 씨는 지성한이 자신을 이끌어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어머, 사실 저도 잘 아는 건 아닌데, 은이 씨 나이에 이러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여수빈은 말을 애매모호하게 흘렸다.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개탄했다. 인생은 정말 하나의 연극이나 다름없구나 싶었다. 배우들도 참 힘겹겠다 싶었다. 카메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언제나 연기를 하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나는 여배우의 멘탈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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