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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강다인의 이번 공격은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단 한 방에 적 두 명을 쓰러뜨리고 한 명에게는 치명상을 입혔다. 바닥에 착지한 강다인은 쓰러져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강별을 힐끔 바라보았다. 강별은 게임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그는 강다인의 재능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럴 리가 없어. 얘가 언제 이렇게 강해진 거지?’ 처음 적에게 잡혔을 때 그는 이번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다인이 등장한 이후 그녀는 날카로운 움직임과 뛰어난 판단력으로 경기 흐름을 단숨에 안정시켰고 결국엔 전세를 뒤집으며 전설적인 킹의 기술, 12번 연타를 완벽히 성공시켰다. 강별은 자신이 여태껏 여동생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갑작스러운 공포감을 느꼈다. 강다인은 그에게 이제 낯선 존재로 다가왔다. “너...” 강별이 망설이며 말을 꺼냈지만 강다인은 그를 뒤로하고 헤드셋 너머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상황 보고해. 내가 곧 갈게.” 강별은 그 자리에 남겨졌다. 그는 단지 게임 화면 속에서 멀어져 가는 그녀의 날렵한 실루엣을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돌려 컴퓨터 화면에 몰두한 강다인의 모습을 힐끔 보았다. 그녀가 초집중한 표정은 왠지 모르게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별아, 멍때리지 말고 빨리 와.” 강서준의 목소리에 강별은 정신을 차리며 허둥지둥 따라갔다.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이미 강다인은 다른 팀원들을 이끌고 적 본진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강다인이 조종하는 원거리 포격수 캐릭터는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움직임으로 적들을 압도했다. 그녀의 매끄러운 플레이는 김지우의 어설픈 조작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이제야 강별이 기대했던 진정한 포격수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결국 강다인이 해냈다. 강별의 마음은 복잡하고도 혼란스러웠다.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임 대회에서 그가 늘 하찮게 여겼던 강다인의 활약 덕분에 승리를 거두다니. 이런 극명한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강별이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마침내 경기가 끝났다. 폐허가 된 거리 한가운데 저녁노을을 받으며 우뚝 선 강다인의 캐릭터는 승리의 상징처럼 보였다. “강인 크루가 승리했습니다! 오늘의 교체 선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혹시 킹의 제자일까요?” 해설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관중석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일부 팬들은 킹을 외치며 더욱 뜨겁게 열광했다. 강다인은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다. 전생에 그녀에게 12번 연타를 가르쳐준 건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킹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의심했지만 그는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강다인은 그를 직접 만나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킹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어, 킹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다인은 헤드셋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승리의 함성이 귀에 울려 퍼졌지만 그녀는 단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건 부모님을 모욕한 네온 플레임의 리더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받는 일이었다. 강서준이 가장 먼저 다가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다인아, 너 정말 대단했어! 덕분에 우리 강씨 가문이 이겼어. 팀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 몰래 연습한 거 맞지?” 강서준은 몹시 기뻤다. 다행히 강다인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역시 그들은 여전히 한 가족이었다. 강서준의 칭찬에 강다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네온 플레임의 리더를 향해 말했다. “네가 졌어.” 네온 플레임의 리더는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도대체 넌 누구야?” 강서준은 뿌듯해하며 말했다. “내 여동생이야.” “근데 강씨 가문의 여동생이라면 아까 그 어설픈 실력의 여자가 아니었어? 언제 또 숨겨진 여동생이 생겼지?” 강서준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걔는 우리 집 양녀고 얘가 진짜 여동생이야.” “강인 크루, 정말 재밌는 팀이네. 실력 없는 가짜 여동생을 앞세워서 방심을 유도하고 친여동생을 비장의 카드로 숨겼다니. 제대로 허를 찔렸어.” 이 말에 강별의 얼굴은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 역시 강다인이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네온 플레임의 리더가 강다인에게 다가와 말했다. “하지만 패배는 인정해. 너 정말 대단했어.” 강다인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럼 이제 약속 지켜.”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경기 중에 네 부모님을 모욕한 건 내 잘못이야. 내가 정말 경솔했어. 미안하다.” “다음부턴 조심해.” 강다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강별은 불만을 터뜨렸다. “이렇게 끝내겠다고?” 강다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별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네온 플레임 리더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네가 뭔데? 우리를 이긴 건 네 동생이잖아. 실력도 없는 주제에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 또다시 분위기가 험악해지려는 찰나 강서준이 재빨리 강별을 제지했다. “그만해.”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진 뒤 강다인은 백스테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그녀는 눈이 붉게 충혈되고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김지우와 마주쳤다. 순간 분위기는 어색하게 얼어붙었다. 김지우는 겁먹은 강아지처럼 고개를 들어 커다란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누구라도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법했다. 하지만 강다인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 그녀는 김지우가 의도적으로 이런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김지우의 이런 전략은 어릴 적부터 수없이 보아온 터였다. 김지우는 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별이 오빠, 전부 제 잘못이에요. 경기를 도중에 멋대로 떠나선 안 됐는데... 정말 죄송해요.” 김지우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부끄러웠지만 결국 강별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강별이 자신을 달래주길 기대하며 이곳에 온 것이다. 그러나 김지우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강다인이 자신의 자리를 대신해 경기에 참가했을 뿐 아니라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사실이었다. 김지우는 강별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애써 울먹이며 말했다. “전부 제 잘못이에요. 제가 몇 마디 듣고 기분이 상해 경기를 떠나다니, 정말 어리석었어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하지만 강별의 얼굴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그래도 돌아오긴 했네? 만약 다인이가 없었다면 이 경기를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 김지우는 서러운 듯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오빠, 정말 미안해요. 저도 너무 긴장해서 그랬어요.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김지우가 눈물을 흘리자 다른 팀원들이 하나둘씩 나서기 시작했다. “별아, 지우가 이렇게 사과하는데 너무 몰아붙이지 마.” “맞아, 어쨌든 우리가 이겼잖아. 지우가 경기를 나가지 않았으면 대타 선수도 나올 기회가 없었을 테니, 어떻게 보면 이긴 건 지우 덕분이기도 하지.” 강별의 마음속에는 또다시 억눌린 분노와 무력감이 밀려왔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때 강서준이 강다인에게 물었다. “다인아, 넌 어떻게 생각해?” 강다인은 강서준이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지우가 사과했으면 됐지. 왜 그렇게 속 좁게 굴어? 지우는 오늘 경기 준비하느라 공부도 많이 뒤처졌을 텐데, 그 노력도 몰라주고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김지우는 옆에서 슬며시 이를 악물었다. 강다인이 분명 그녀와 강별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일부러 이런 말을 하는 게 틀림없었다. ‘강다인이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상대하기 까다로운 사람이 된 거지?’ 강별은 이 말에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분명 잘못한 건 김지우인데 왜 내가 한마디도 못 한다는 거야?’ 결국 참지 못한 강별이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강다인,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강다인은 속으로 참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그녀는 일부러 그런 것이다. 과거 그녀는 수없이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강별, 고작 한 번 이런 대우를 받았다고 벌써 못 견디겠어?’ 강다인은 뒤돌아 나가려 했다. 그러나 강서준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다인아, 내가 정식으로 부탁할게. 우리 팀에 들어와 줘. 예전 일은 모두 없던 걸로 하고, 앞으로 우리 가족이 함께 나아가자.” 강다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그 미소는 차가운 조소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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