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장
할머니를 보자 백아린은 잇몸이 드러나는 미소를 보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요즘은 다리가 어때요? 비 오는 날 계속 아프거나 그래요?”
“이제는 아픈데 하나도 없어! 약도 끊었는데. 이게 다 우리 아가 덕분일세.”
하옥순 할머니는 상냥하게 백아린을 방으로 안내했다.
“할머니가 과일 깎아줄게.”
“아니에요. 번거롭게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
백아린은 할머니를 부축해 자리에 앉혔다.
“사실 오늘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요.”
“혹시 집에 남자 옷이 있어요? 제가 친구를 데리고 야외로 그림을 그리러 나왔는데 친구가 발을 헛디뎌 개천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옷이 다 젖어서요. 어디 부탁할 데가 없어서 할머니를 찾아온 거고요.”
하옥순 할머니는 백아린에게 유독 관심을 쏟아부었다.
“그 친구가 남자야? 여자야?”
“그게... 남자예요.”
힘겹게 남자라는 말을 꺼내고 난 백아린은 약간 황홀했다.
박서준은 학창 시절에도 지금과 똑같이 얄미운 짓만 골라 했을까...
머릿속의 생각을 떨치고 났더니 할머니는 벌써 옆방으로 건너갔다 꽃무늬 셔츠와 삼베 바지를 가지고 왔다.
“이건 대학에 다니는 손자의 옷인데 그 친구가 입을 수 있나 모르겠네?”
할머니의 손에 들린 옷을 보자 백아린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박서준이 이 옷을 본 순간 어떠한 표정일지 벌써 눈에 선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서준은 그녀가 가지고 온 옷을 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
박서준은 백아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 여자가 자신을 놀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백아린은 애꿎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옷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여기는 시골 마을이라 다들 이런 옷들만 입어. 웬만하면 조용히 갈아입지 그래.”
“내 옷이 멀쩡한데 왜 이걸 입으라고 하는 거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 명품들인데 나 부자다라고 홍보하는 거랑 뭐가 달라.”
백아린은 옷을 끌어안고 그를 흘겼다.
“이대로 나가서 시골 마을을 누비다간 쫓겨나는 건 둘째 치고 다시 그 사람들한테 잡혀서 두들겨 맞을 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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