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강영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로 저었다. 한동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몰랐다.
“한편으로 듣기로는 거기에 미래 관광명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유적지가 발견되었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회사에서 러브콜을 보낸 새로운 디자인 작업실에서 ‘자안’의 배경이 있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박서준은 멈칫하더니 태도가 순간 엄숙해졌다.
“자안제약말이야?”
강영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는 작업실의 대표가 자안제약 대표님의 외손녀이자, 미래 자안제약의 유일한 후계자라고 합니다.”
“이사회에서는, 회사 하반기 주력 분야가 바로 의료기기 이기에, 미리 선심을 써주고 나중에 이 분야에서의 발전이 더욱 원활해질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박서준은 강영욱의 설명을 중단하고 곧바로 차문을 열었다.
“회사 가서 다시 얘기해.”
고개를 들자 백아린이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진지함과 관심으로 가득했다.
박서준은 순간 멈칫했다.
이 밤의 혼란 속에서, 빗물이 백아린의 관자놀이의 검은 머리카락을 적셔 그녀의 예쁜 얼굴에 부드럽게 달라붙었다. 그가 잡아당겨 약간 변형된 실크 셔츠의 옷깃은 빗물에 젖어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보일 듯 말 듯하게 드러냈다.
맑고 무력해 보이는 그녀는 마치 이 비오는 밤에 의지할 곳 없는 새삼초 같았다.
박서준은 차 문의 손잡이를 내려놓고 두 걸음 물러서서 백아린와 서하영을 향해 턱을 약간 들어 올렸다.
“먼저 이 사람들 데려다줘.”
강영욱은 어리둥절해졌다. 옆에 있던 백아린도 자기의 귀를 의심하고 의심쩍게 박서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박서준이 빙의라도 된 것 같았다.
박서준은 헛기침을 하고 손을 들어 휴대전화를 힐끗 보았다.
“변호사 쪽에 아직 세부 사항이 조율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좀 있다가 이야기 다 끝나면 마침 가는 길에 나를 회사로 데려다줘.”
곧바로 조급해하는 강영욱을 향해 말했다.
“몇몇 이사님들보고 조금 더 기다리시라고 해. 결국 그들도 미래의 실제 경영자가 소송을 안고 사업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테니까.”
말을 마치고 한 손으로 방금 전 회의실에서 벗은 외투를 걸치고 뒤돌아서 다시 경찰서로 들어갔다.
사람이 문 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백아린은 아직도 정신에 돌아오지 못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직감적으로 백아린은 변호사와 세부 사항을 조율할 일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서준은 단지 자연스럽게 강영욱더러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게 하려고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왜?
그는 어제만 해도 자기랑 이혼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자발적으로 돈까지 주려고 했는데?
“사모님…”
강영욱은 염치에 불고하고 백아린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향에 차에 올라타라는 손짓을 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현재 주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백아린은 서하영에게 세게 한 대 얻어맞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고, 시선은 공손하면서도 약간 놀란 눈빛을 하고 있는 강영욱으로부터 그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마이바흐로 옮겼다.
뒤늦게서야 중점을 깨달았다.’
아씨!
박서준 네가 회사가서 회의를 하지 않으면, 내 청아 리조트 개발안은 언제 실행될 수 있어?!!!
세상에 그녀는 외할아버지까지 끌어들여서, 애써 약간의 정보를 흘리고 마침 기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두성 그룹이 외할아버지와 자기의 작업실과의 연결고리를 주목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청아 리조트의 입찰을 위해서가 아니었어?
네가 돌아가지 않으면 내가 뭘 할 수 있어?!
“사모님, 사모님!”
백아린이 언제까지 넋을 놓고 있어야 할지 몰라, 강영욱은 그저 다시 염치에 불구하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여자의 시선을 마주하고 나서 그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 이제 가도 될까요?”
백아린의 눈길이 조금 바뀌자, 갑자기 손을 크게 휘두르며 서하영을 끌고 마이바흐를 돌아서 곧장 도로로 향했다.
“아니, 나 택시 잡고 갈게. 생각해 보니 난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고 아무도 나를 위해 멈추려고 하지 않는 기다림을 좋아해…”
박서준은 경찰서에서 일부러 10분을 지체해서 그녀들이 차에 올라 출발하는 시간을 맞춰서 다시 경찰서에서 나왔다.
문을 나서자마자 익숙한 마이바흐와 얼굴이 굳어서 거의 울음을 터뜨리려고 하는 강영욱과 마주하게 되었다.
“대표님, 왜서 사모님께서는 굳이 택시를 잡으려고 할까요… 제가 타일렀는데… 소용이 없어요…”
강영욱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자기가 운전한 차에 폭탄이 있는가? 사람을 데리러 왔는데 하나 둘 씩 죽어도 올라타려고 하지 않았다.
박서준의 표정이 약간 차가워지더니, 설마 자기한테 지금 쇼하는 건가?
택시를 타더라도 그의 차를 타지 않겠다니, 그렇게 빨리 자기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건가?
그는 차가운 얼굴로 차 문을 열고 ‘쾅’하고 닫히면서, 강영욱이 안절부절못하는 사이에 차창을 열고 한마디 내뱉었다.
“회사로 가.”
그러고 나서 차창을 완전히 닫히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영욱은 감히 물어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운전석으로 달려가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
별장에서 나온 후, 백아린은 당분간 지낼 곳이 없어서 줄곧 서하영이 시 중심에 있는 단독 주택에 있었다.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일제히 외투를 벗어 던지고 피곤한 듯 소파에 기대 휴식을 취하였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서하영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돌려 백아린을 바라보았다.
“리조트 건으로 전남편한테 너의 정체가 드러나는 거 아니야?”
그녀는 가볍게’쯧’하고 말했다.
“내가 말하건대, 차라리 일찍 네 정체를 밝히는 게 낫지 않아? 네가 자안제약의 미래 상속인인 걸 알았다면, 박씨 집안의 사람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너를 괴롭히지 않았을 텐데!”
백아린은 피식하고 웃었다.
“그만, 내가 그들이 날 높이 평가해 주는 걸 바랄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 나이때와 어울리지 않는 성숙함이 담겨 있었다.
“신분은 당분간 공개할 수 없어. 자안은 최근 주주들 사이에 대혼란이 있었어. 적어도 앞으로 2년 동안은 외할아버지가 내 신분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으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표적이 될 테니까.”
“게다가, 내 그 정체불명의 친아버지 쪽에도…”
백아린은 냉소했다.
“내가 여덟 살 때 테러를 당한 이후로, 줄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들이 뒤에서 어떤 미친 짓을 저지를지 누가 알겠어?”
서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백아린이 고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네 자산은 전부 해외에 있고, 국내에는 변변찮은 작업실 하나뿐인데, 내가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해도 네가 원치 않으니,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렵게 얻은 기회를 그냥 포기할 거야?”
“그럴 리가?!”
백아린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앉아 두 팔을 가슴에 두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못 할 것도 없지. 누가 반드시 회사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정했어. 이리 봐도 작업실인데, 운영 매니저나 영업 총괄 몇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서하영은 경악을 하며 눈을 크게 부릅떴다.
“설마, 너…”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아린을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됐어, 이렇게 결정하자! 마침 내일 차를 사러 가는데, 너 한 대, 나 한 대 사자. 어차피 박서준의 돈이니까, 쓰는 데 아까울 필요 없잖아.”
백아린은 혼란스럽고 당황한 서하영을 남겨두고 기분 좋게 잘 준비를 하러 갔다.
비록 박서준과 백아린의 관계가 좋지 않지만, 그는 항상 씀씀이가 컸다. 보험 회사의 청구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도, 그는 바로 페라리 시가에 맞춰 서하영의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또 무슨 마음에서인지 송금하는 김에 백아린에게도 6억을 송금했다.
“돈 많아서 환장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