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장
시끄러운 거리에 메인 거리는 딱 여기 하나뿐이라 하정욱의 스튜디오로 가려면 반드시 주한준과 임지아를 지나쳐야했다.
나와 두 사람의 거리는 멀지 않은 편이었고 주한준은 임지아의 말에 집중하느라 나의 존재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그제서야 임지아가 신경을 쓰고 있는게 내가 병풍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만 아니라 일에서 비교가 되는 것 때문도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더 듣고 싶지 않아 막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다음 순간 주한준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어젯밤에 누가 불쌍하게 내 사무실로 찾아왔는데, 또 아침에는 누가 아침 회의까지 밀어버리고 너랑 같이 온 건데?”
순간 두 다리가 천근이라도 된 듯 무거워졌다.
주한준은 아침 회의도 밀어버리고 온 것이었구나.
이내 자책하는 듯한 임지아의 말이 들려왔다.
“저도 이 일로 오빠의 원칙을 깨버렸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봐요, 진아 선배랑 오 사장님은 이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도무지 두고 볼 수가 없었는걸요. 게다가 캐릭터 디자인 수정은 제가 제안한 거잖아요. 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했던 거였어요. 미안해요, 괜히 폐를 끼쳤네요.”
“아니야.”
주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
그 말에 임지아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풀어졌다. 그녀는 기분 좋은 듯 주한준의 팔짱을 끼며 배시시 웃었다.
“전 그냥 사람들 앞에 잘 보이고 싶었던 거예요. 제가 나빴어요, 진아 선배를 부러워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내 이름이 들리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나도 모르게 주한준의 얼굴로 향했다.
주한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다정하게 말하는 모습이 보였다.
“급할 거 없어, 천천히 해. 시간은 많아.”
나는 그제야 주한준에게 이렇게 인내심이 강한 모습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함께 매화나무 한 그루 키우는 것도 시간 낭비라고 하던 남자는 무려 어느날 쌓인 업무를 미루고 사랑하는 애인의 성장을 기다려주기도 했다.
결국에는 내가 누릴 복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나는 기뻐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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