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장
하정욱의 태도는 아까보다 훨씬 통쾌했다. 나는 사건의 발전이 이 정도 되면 뭐라도 실마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허정욱의 말이 바뀌었다.
“하지만 음유시인의 성격은 다들 아시겠지만 본인이 작업을 할 의향이 없다면 다른 사람 말은 전혀 소용이 없어요.”
허정욱의 말은 그래도 여지가 있었고 몹시 성의가 있었다. 물론 그 성의는 주한준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순간 나도 하정욱의 말에 담긴 진위를 가릴 수가 없었다.
“괜찮습니다. 협력이란 원래 쌍방 의사를 고려해야 하는 거니까요.”
여태까지 아무런 말이 없던 주한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조금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만약 우리의 프로젝트가 음유시인의 눈에 들지 못했다면 억지로 끌고 올 수도 없는 법이잖아요. 안 그래요, 남 팀장?”
주한준이 이런 때에도 이렇게 강세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잠깐 멈칫한 나는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주 대표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제 직감은 음유시인이 저희의 프로젝트를 제대로 살펴보신다면 분명 기꺼이 이번 협력에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주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양옆에서 공세를 가하며 강세와 아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나와 주한준은 각기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본이니 강하게 나갈 저력이 있었고 나는 그저 실전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니 태도는 당연히 겸손해야 했다.
우리는 서로 보충하며 흠잡을 데 없는 협력을 보여주었다.
손발이 너무 잘 맞아 나조차도 놀랄 정도였다.
그리고 내내 단정한 체하던 하정욱도 그 상황이 되자 무표정한 얼굴에 작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한준의 신분이 그를 누르고 있었다. 설령 본인은 앉아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압박감은 충분했다.
담판은 끝내 주한준이 임지아가 배가 고프다고 핑계를 대는 것으로 끝이 났고 하정욱이 아무리 만류를 해도 주한준은 함께 식사를 하자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담판에서 주한준은 그의 말 몇 마디로 우리의 국면을 완전히 뒤바꾸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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