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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

나는 그 말에 가슴이 철렁하며 몸부림치던 동작마저 멈췄다. 갑자기 우리가 함께했던 이 년의 세월이 떠올랐다. 그 추운 아파트에서 주한준이 다정하게 내 발을 잡더니 조심스럽게 자기 품에 집어넣었었다. 자기 체온으로 겨울밤의 추위를 몰아내 주겠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사실이 증명했다시피 그것은 단지 핑계일 뿐이었다. 그가 원한 것은 깊은 밤 서로 몸을 섞는 일이었다. 바로 이 순간처럼 위험하고도 매혹적이었다. 갑작스러운 휴대폰 벨소리가 나를 사색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휴대폰 화면에는 "임지아"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그것이 마치 커다란 망치처럼 내 머리를 가격해 나는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임 팀장의 전화네." 나는 주한준에게 귀띔해 주었다. 임지아를 언급하자 나를 껴안은 주한준이 마침내 힘을 조금 풀었다. 이 순간, 머리 위의 백열등도 불이 들어와 눈 부신 불빛이 어둠 속에 숨겨진 은밀하고도 수치스러운 일을 환하게 비추는 것 같았다. 임지아의 작은 흐느낌 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오빠, 제가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은데, 저를 데리러 올 수 있어요?" 주한준이 미간을 주무르더니 잠시 뒤, 말했다. "주소를 보내줘." 전화를 끊은 주한준이 망설이는 표정으로 뭐라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나는 그의 시선을 맞받아치며 당당하게 말했다. "늦으면 임 팀장이 화를 낼 테니 빨리 가봐." 주한준은 무슨 황당무계한 농담이라도 들은 듯, 검은 눈동자에 어두운 기운이 휘몰아쳤다. 나는 여유롭게 말했다. "또 무슨 볼일이 있어?" 주한준이 콧방귀를 뀌더니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밤이 고요에 잠기며 창밖의 밤바람만이 곧 시들 나뭇가지를 건드리고 있었다. 이튿날 오전, 나는 뜻밖에도 한 인테리어 기사의 전화를 받았는데, 난방 시설을 설치할 시간을 예약하자고 했다. 어리둥절했던 나는 인테리어 기사에게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올라 곧바로 주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주한준이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날씨가 너무 추우니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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