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장
자본가의 돈은 벌기 쉽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주 대표 말대로 할게.”
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지금의 나는 영화를 볼 기분이 아니었다.
이튿날 오후, 주한준이 카톡으로 내게 일의 진행 상황에 관해 물었다. 내가 사진을 찍어 보내자 그가 한참이 지나서야 답장했다.
[퇴근하면 영한 그룹에 한 번 들러.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
정말 이 일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퇴근 시간에 핑계를 대고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대표실에서 또 정지훈을 만났다.
"대표님이 왜 갑자기 저녁 스케줄을 취소하는지 궁금했는데, 형수님이랑 약속이 있어서 그랬군요."
정지훈은 또 호칭을 잘못 사용했다.
그런데, 주한준이 오늘 밤에 스케줄이 있을 줄은 몰랐다.
보아하니, 주한준이 임지아에게 서프라이즈를 만들어 주기 위해 정말 마음을 쓰는 것 같다.
내가 사무실에 들어선 뒤에도 주한준은 여전히 일을 했다. 나는 감히 그를 방해하지 못하고 혼자 테이블 앞에 앉아 코딩 작업을 하면서 기다렸다.
"진행 상황은 어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와 내가 고개를 들고 대답하려던 차에,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주한준이 몸을 숙여 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나는 심지어 그가 갓 손질한 구레나룻까지 볼 수 있었다.
시원하고도 진한 비누 향이 나를 감싸자 나는 가슴이 떨렸다.
"두 버전 모두 이메일로 보냈어."
주한준은 자리를 뜰 의사가 없어 보였다.
"열어봐."
나는 하는 수 없이 웹 페이지를 열 수밖에 없었다.
주한준은 다 확인한 뒤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저속해."
나는 임지아가 좋아하는 몽환적인 분홍색을 사용했다.
나는 임지아가 좋아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임 팀장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어때?"
"필요 없어."
주한준은 단호한 태도로 버튼 플러그인 몇 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그리고 이것들 모두 다른 색깔로 바꿔.”
물주가 요구한 거니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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