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장
그는 눈을 내리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어두웠다.
“엄겨울을 가져서 그런가? 말투부터 달라졌네?”
나는 입꼬리를 피식 올렸다.
“술 많이 마신 거 같은데 임지아라도 불러줘?”
임지아를 언급하자 주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그의 아픈 곳을 찌른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주한준은 또 다시 내 손을 잡고 나를 끌어당겼다. 그는 한 쪽 손으로 문을 꽉 누르면서 내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미친놈.
주한준은 미친 게 분명했다.
나는 당황해서 몸부림을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주한준은 키스하는 것조차 난폭했다. 마치 뼈를 부러뜨릴 듯이 뜨겁고 거칠었다.
나는 화가 나 그의 윗입술을 꽉 깨물고 세게 잡아당겼다. 순간, 피비린내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주한준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점점 더 깊게 키스를 했다.
“스르륵”
소리와 함께 주한준의 길다란 손이 내 치마의 갈라진 부분을 스쳤다. 그의 동작은 더욱더 대범해졌다.
나는 더 이상 참다 못해 나지막이 한 마디했다.
“왜 이렇게 조급하고 참을성이 없는 거야? 왜? 임지아 한 사람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 거야?”
그 말에 주한준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도 그런 그를 예의주시했다.
휴게실은 아주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남자들의 어수선한 숨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끄럽다면 또 시끄러웠다. 문을 사이에 두고, 휴게실 밖에서 짤막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주한준은 이렇게 대치하고 있었다.
이번에 나는 쉽게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주한준은 가볍게 입을 열었다.
“그녀를 놀래킬까 봐 그래.”
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지만, 나는 왠지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어질했다.
그녀를 놀래킬까 봐 그런다고?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린 소녀는 순진하고 겁이 많아서 보호해야 했다. 그녀는 나와 달리, 주한준과 잠자리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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