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그러니까 내가 충분한 보수를 지불하기만 하면 전 시어머니가 임지아를 받아들여도 된다는 뜻이야?”
내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주한준이 이 말을 할 때 목소리가 조금 높아진 것 같았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얼마를 주는지 봐야지."
돈을 충분히 주기만 하면 자존심 따위는 사실 중요하지도 않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남진아, 그 말을 지키기를 바라."
주한준은 아마도 사업 파트너의 충성심을 의심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염치 불고하고 물었다.
"그럼, 주 대표는 내게 얼마를 주려고?"
전화기 너머에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나는 전화가 끊길 줄 알고 휴대폰을 확인해 봤으나, 아직 연결 중이었다.
나는 자본가가 손실을 계산하는 중이라 생각해 서두르지도 않고 침착하게 기다렸다.
한참 뒤, 주한준이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리 가문이 임지아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면, 내가 큰돈을 보내줄게."
"얼마나 큰돈이길래? 경안시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어?"
주한준은 수치심을 버린 내가 이렇듯 뻔뻔할 줄은 몰랐는지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래. 딱 한 채 값이야."
말을 마친 주한준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주한준과 계약금에 관해 상의하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되었다.
어쩌면 몇 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나랑 호흡이 맞아서인지 잠시 뒤, 주한준이 뜻밖에도 천만 원을 내게 이체했다.
"계약금이네."
나는 곧바로 고모에게 돈을 보냈다.
이미 밤 열 시가 다 된 시간이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아야,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보냈어?"
나는 말끝을 흐렸다.
"계약을 하나 따냈어요.”
"그렇다고 모든 돈을 우리에게 보내면 어떡해?”
고모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꽃님이가 요즘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병이 거의 도지지 않으니, 너도 네가 급할 때 쓸 돈을 조금 남겨."
꽃님이는 천식이 있어서 가을과 겨울에 빈번히 병이 났다. 작년에는 한두 번 정도 거의 살아나지 못할 뻔했다. 고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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