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장

마치 가장 서러운 사람이 자신인 것처럼 말이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타협했다. "그럼, 퇴근 후에 만나는 건 어때요?” 심화연이 투자자 엄마니 어쩔 수 없었다. 전화를 끊은 뒤, 심화연이 곧바로 가게 주소를 보냈다. 아주 오래된 가게로 경안시 귀부인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했다. 나는 퇴근하기 전에 정신을 차리려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출발했다. 뜻밖에도 주한준과 임지아도 그곳에 와 있었다. 직원이 나를 심화연에게 데려갔을 때, 임지아가 화려한 디자인의 원단을 심화연에게 건네주다가 나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주한준은 대놓고 물었다. "어떻게 왔지?" 나는 이도 저도 못하고 서 있었다. 심화연이 그 소리를 듣고 몸을 돌리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진아를 불렀어. 너희 둘보다도 진아가 내 취향을 더 잘 알아.” 저 말을 들은 임지아가 실의에 빠진 듯 고개를 숙이더니 손에 든 원단을 꽉 움켜쥐었다. 나도 이 상황이 어색했다. 사실 임지아는 보는 눈이 있는 편이었다. 그녀가 고른 원단은 비록 무늬가 조금 고풍스러웠지만 색상은 심화연의 좋아하는 색이었다. 심화연은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했다. 그래서 심화연이 내 팔을 잡고 나더러 골라달라고 할 때, 나는 일부러 수수한 색을 골랐다. 그것을 본 심화연이 깜짝 놀랐으나, 아마도 임지아에게 골탕을 먹이려는 듯 내 체면을 세워주며 칭찬했다. "봤어? 소박한 듯하면서도 우아한 이 원단을? 역시 우리가 진아가 안목이 있어." 임지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더욱 숙였다. 나는 이 어색한 상황을 수습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머니는 피부가 하얘서 어떤 원단이든 다 잘 어울려요. 임 팀장이 고른 색상은 비록 사람을 많이 고르지만, 아주머니 피부색에 잘 어울려요." 심화연은 그제야 겨우 하나를 정했다. 주한준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는지 남색 계열의 원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몇 가지 원단으로 임지아의 사이즈에 맞춰 한 벌씩 만들어요." 깜짝 놀란 임지아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쭈뼛거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