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9장
이렇게 추운 경안시 겨울밤에 네 사람이 문어 구에 같이 서 있으니 뭔가 이상했다.
임지아만이 아무런 생각 없이 웃으면서 엄겨울 손에 들린 포장을 보며 놀란 듯 말했다.
"아래층에 있는 해산물 죽이잖아요. 지금 한창 손님이 많을 때라 엄 교수님 오래 기다리셨겠네요?"
엄겨울은 예의 있게 답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았어요."
임지아는 나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엄 교수님이 진아 선배한테 정말 잘해주네요."
임지아가 나를 비꼬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엄겨울한테 그러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일부러 주한준 손에 들려있는 포장을 보고 임지아 말투처럼 말했다.
"식성 레스토랑이네요. 그 레스토랑 배달 안 하지 않아요? 주 대표님이 임 팀장님한테 맛있는 음식 대접하려고 정말 애쓰셨네요."
그 말을 들은 임지아는 놀랐다는 듯 나랑 주한준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정말 배달 안 해요?"
주한준은 나를 힐끗 보고 말했다.
"남 팀장님은 아는 게 참 많네요."
뭔가 엿 먹이는 것 같았다.
엄겨울이 바로 이어 말했다.
"여러분이 몰라서 그러는데 진아가 식성 레스토랑 단골이거든요, 너무 많이 가서 나도 단골 되게 생겼어요."
"그래?"
주한준은 나를 힐끗 보고는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남 팀장님처럼 귀찮은 걸 싫어하는 사람이 그렇게 먼 레스토랑까지 가다니 정말 '애정'이 남다르네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왜인지 긴장해 나서 손에 힘을 주고 말했다.
"맛있는 걸 추구하는 건 본능 아닌가요? 이해하시죠?"
말을 내뱉고 나서야 내가 너무 급하게 말해서 뭔가 예의가 없었다는 걸 느꼈다.
분위기가 이상해진 걸 눈치챈 임지아가 말했다.
"선배도 좋아한다니까 우리 같이 먹어요. 이렇게 많이 사 와서 저 혼자 다 못 먹거든요."
거 봐, 임지아는 늘 그랬다. 음식을 같이 먹자고 초대하면서도 주한준이 자기를 얼마나 좋아한다는 걸 꼭 티 냈다.
주한준이 들고 있는 포장 주머니 크기를 보아하니 적어도 음식이 서너 개는 있을 것이다.
내가 혼자 수모를 겪는 건 괜찮았지만 엄겨울은 겪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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