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7장
배달원은 아주 큰 케이크를 우리 앞에 놓았는데 임지아의 얼굴이 굳어진 걸 나는 보았다.
케이크 중앙에는 "임 팀장님 승승장구하세요"라는 글이 씌어있었다.
동료한테 왕따당했다는 일이 갑자기 동료애가 넘쳐하는 모습으로 변하자 임지아는 드디어 울음을 그쳤다.
정성연도 그 광경에 놀라 잠깐 멈칫하고는 바로 나한테 사과했다.
"죄송해요, 남 팀장님. 저희가 사실을 잘 파악하지 못했어요. 제가... 사과할게요."
정성연이 우리 회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갓 졸업한 대학생이니 사회 경험이 부족해서 임지아한테 당한 것도 모를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임지아도 정신이 돌아와서 붉어진 눈을 하고 말했다.
"제 잘못이에요 선배. 저도 왜 이렇게 우연히 같은 레스토랑에 올 줄은 생각 못 했어요..."
임지아는 머리를 숙이고 잠깐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제가 속이 좁았네요. 전 그냥 동료들이랑 잘 지내고 싶었을 뿐이에요."
핑계가 참 어이가 없었다. 평소에 김가온이랑 조금만 얘기를 나눴어도 김가온같은 프로그래머가 여자 친구랑 데이트할 기회가 아주 적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같은 팀인데 진서정 가족이 입원한 소식도 몰랐다.
맞다, 임지아도 요즘에야 제때 출근했다.
"임 팀장 마음 잘 알아요."
나는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동료랑 잘 지내려면 솔직해야 하는데 아직도 많이 배워야겠네요."
"솔직"이라는 말을 들은 임지아는 머리를 숙였다.
"남 팀장 왜 그렇게 몰아세워요?"
계속 조용히 있던 주한준이 갑자기 일어서서 테이블에 놓인 케이크를 보며 말했다.
"오늘 임 팀장님이 승진하는 날인데 남 팀장이 우연히 새 팀을 데리고 회식했고 우연히 같은 레스토랑에 왔는데 누구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어요?"
주한준은 연속 "우연히"라고 하며 날 비꼬았다.
"어쩔 수 없었어요, 레스토랑이 몇 개밖에 없어서요."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주 대표님 혹시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봐 걱정 되시면 임 팀장님 데리고 미슐랭 레스토랑으로 가세요, 가끔은 가격으로 거리 둘 수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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