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장
나는 1시간 뒤에 산 아래에 있는 손님 접대처에 도착했다.
여러 번 물어봐서야 임지아가 앉은 버스를 찾았다.
내가 버스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짧은 노란색 오리털 패딩을 입고 머리를 묶은 여자아이가 달려가는 걸 보았는데 역시나 임지아였다.
그러고는 주한준의 넓은 품에 안기고 기뻐하며 말했다.
"오빠, 드디어 만났네요."
주한준은 남색 정장을 입고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정장 때문인지 더욱 훤칠해 보였다. 이 뜨거운 포옹에 답하지는 않았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차갑던 눈가도 많이 온화해진 것 같았다.
평소에 차갑고 진지한 남자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걸 본 나는 방해할까 봐 인사하러 다가가기도 망설여졌다.
"그만해, 만나자마자 깨 볶네 아주."
송이나는 마치 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장난치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 아주 부러워 죽겠네."
임지아는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이나 언니, 그만 놀려요."
송이나는 교활한 눈빛으로 주한준과 임지아를 번갈아 보더니 멀리 서있는 나를 보고는 인사하며 말했다.
"남 팀장님 이제 도착하신 거예요?"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쏟아졌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걸어가서 말했다.
"죄송해요, 산에서 내려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케이블 카가 있긴 하지만 아직 발목이 다 나은 게 아니어서 하산하는 속도가 늦어진 거였다.
송이나는 내 말을 듣더니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남 팀장님 정말 시간 잘 지키시네요. 몇 분만 더 늦었으면 지아가 호텔로 돌아갔겠어요. 그럼 헛걸음한 거잖아요."
송이나의 비꼬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착잡해졌다.
뭐랄까? 회사에서 내가 그래도 임지아 상사인데 임지아가 완남에 온다고 해서 내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마중 나올 수 있지만 내가 다른 일이 있어 못 왔다고 해도 나한테 뭐라 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나는 주한준의 체면을 봐서 마중 나온 것이다. 주한준한테서 음유시인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게 제일 간단하고 제일 직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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