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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장

10분 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온천으로 향했다. 온천은 아주 따듯하고 편안했다. 마치 이슬처럼 내 피부를 촉촉이 해주고 뼛속까지 추웠던 나를 따듯하게 해주었다. 한참 동안 온천에는 나밖에 없었다. 내가 이상함을 느낄 즈음 정지훈이랑 송이나가 같이 걸어왔다. "송 대표님, 정말 죄송해요." 정지훈이 미안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 대표님이 이 년간 너무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위가 많이 안 좋아지셔서 위병 걸리셨는데 어제 술도 마셨고 감기 기운도 있어서요. 정말 힘들지 않고서야 이렇게 말도 없이 가지 않았을 겁니다." 말도 안 하고 가다니? 그러니까 주한준이 온천을 나간 건가? 이렇게 인사 한마디도 안 하고? 송이나는 기분이 나쁜 티를 안 내려고 억지로 화를 누르며 말했다. "이해해요, 사람은 누구나 아플 때가 있잖아요. 제가 의사 선생님 보내드릴게요. 한 번 검사해 보세요." "역시 송 대표님 생각이 깊으시네요." 정지훈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 대표님 대신해서 미리 감사 인사할게요, 감사합니다." 정지훈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몇 마디 하고는 급하게 뛰어갔다. 연기는 아닌 것 같았다. 주한준 설마 정말 아픈 건가? 하지만 아까 탈의실에서 분명히... 머리속에 넓고 따듯한 품이 떠올랐다. 온천에 너무 오래 있은 탓인지 갑자기 얼굴이 불에 타는 듯 뜨거워 났다. "남 팀장님?" 송이나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 대표님 너무 갑자기 아픈 거 아니에요?" 나는 잠깐 멈칫했다. 송이나가 그렇게 쉽게 넘어갈 여자가 아니란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남자 얘기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내가 말이 없자 송이나는 입꼬리를 삐죽거리며 말했다. "됐네요, 주 대표님이 안 계시니 저로 별로 생각이 없네요. 남 팀장님은 편하신 대로 하세요." 그러고는 깔끔하게 뒤돌아 갔다. 오영은 만큼이나 시크한 여자였다. 나는 1시간이 지나서야 온천을 나왔다. 1시간 사이에 생각을 모두 정리하였다. 송이나한테서 음유시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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