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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서 테이블을 떠났다. 김인영은 마지막 대출 희망마저 가버리자 실망감에 힘이 빠졌다. 더 그녀에게 충격을 준 것은 조 행장이 했던 말이었다. 항상 자신이 잘났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장훈을 떠나면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장훈과 이혼하면서 회사마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 현재 장영 물산은 언제든 파산하거나 타 기업에 인수 당할 수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회사를 팔아도 그녀가 그간 진 빚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김인영은 고개를 들고 두 미인과 즐겁게 식사하는 이장훈을 바라봤다. 그는 모든 것이 편하고 즐거워 보였다. 반면 자신은 곤경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것은 후회의 눈물이었다. 이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백화점에서 쇼핑이나 하고 뷰티샵에서 마사지나 밥도 있었을 것이다. 이장훈은 그녀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주던 사람이었다. 밤중에 밀크티가 먹고 싶다고 해서 새벽에 문을 연 커피숍을 찾아가 밀크티를 사다주던 사람이었다. 김인영은 어떻게든 그와 재결합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지금 당장 일어나서 이장훈에게 다가가 돌아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조수연을 보자 그 생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가서 그런 말을 꺼내는 건 스스로 자존심을 포기하고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어떻게든 적당한 기회를 찾아야 해.’ 한편, 이장훈은 어느 정도 배가 부르자 수저를 내려놓고 조수연을 기다려 주었다. 그녀는 밥을 굉장히 천천히 먹었는데 이 속도대로라면 20분은 더 걸릴 것 같았다. 사실 그는 당장 일어나서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김인영이 이곳에 있어서 그런지 괜히 짜증이 나고 안 좋은 과거만 떠올랐다. 이때, 유은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수저를 내려놓고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런데 한참 통화하던 유은정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점점 안색이 안 좋아졌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조수연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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