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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유은정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피해자인 양명훈이 가해자에게 사고하는 꼴이라니? 이장훈은 끝도 없이 주절거리는 양명훈의 행동에 짜증이 치밀었다. “그쪽 일에는 관심 없으니까 이제 그만하세요!” 양명훈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 “고… 고맙네. 내가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이장훈과 조수연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탔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유은정만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 비서님, 안 가요?” 보다못한 이장훈이 그녀를 불렀다. 유은정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양명훈은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배웅했다. 유은정은 궁금한 게 많았지만 이장훈이 옆에 있어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다 도착한 뒤에야 이장훈이 입을 열었다. “오일환을 만나볼 거예요?” 조수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굳이 안 만나도 될 것 같아요. 회사 홍보팀에 그쪽과 왕래가 있는 직원들이 꽤 있거든요. 그쪽에 전화해서 맡기면 될 것 같아요. 점심 때가 지났는데 밥이나 먹으러 가죠.” 그녀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이장훈이 굳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에 주차장으로 향했다. 한편, 번화가의 한 고층건물. 맨 위층의 호화로운 사무실에 한 노인과 젊은 청년이 마주 앉아 있었다. 한복을 입은 백발의 노인에게서는 지도자만이 가질 수 있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반면 노인을 마주한 청년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 청년은 다름아닌 한정훈이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스펙이나 외모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이장훈을 만나고 벌써 두 번이나 수치를 당하면서 상대를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왜죠? 왜 놈을 죽이지 말라는 거예요?” 한만석은 느긋한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 “정훈아, 사람은 총 네 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 부류는 힘으로 밥벌이하는 사람, 두 번째는 기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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