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0장
내가 원하는 대로 따르겠다니?
간드러진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퍼져 이장훈의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소만향의 빨간 입술을 주시하고 있었고 귓가에서는 마력을 띤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마음이 흔들렸다.
사부님이 전해준 공법을 수련한 이후로 그는 미녀에 대한 저항력이 점점 약해졌다.
그러니 그녀의 그 유혹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장훈의 시선에 소만향은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들었어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난 이장훈은 헛기침을 했다.
“그게... 저기... 제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몰라서 말인데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소만향은 눈에 한 줄기 이채로운 빛이 비치고 있었다.
이 남자가 그녀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승낙한 셈이다.
비록 마음속으로 약간의 고통이 서리긴 했으나 어차피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하려면 몇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할 테니 그녀는 곧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깟 원수들하고 몸을 나누느니 차라리 복수를 해주는 은인한테 몸을 파는 게 훨씬 낫다.
“생전에 남편 의술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상황이 복잡하니까 처음부터 차근차근 얘기할게요. 제 남편은 심성이 착하고 오직 사람을 치료하는데만 집중하다 보니 조상님들이 가르치던 걸 까먹고 재앙을 불러왔었어요. 당씨 가문에는 남들이 모르는 조훈이 있거든요. 공마파의 묘기인 귀문십삼침에서 절대 마지막 침을 써서는 안 돼요. 왜냐하면 앞에 있는 십이침은 환자들 치유하는데 쓰이지만 마지막 그 침은 사악한 병에 쓰이기 때문이에요.”
이장훈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물었다.
“그 말은 그분이 십삼침을 사용했다는 건가요?”
소만향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송강시에서 우울증에 걸린 한 여자아이가 하루가 멀다하고 자살을 시도했었어요. 그 아이의 가족들이 돌고 돌아 어쩌다 보니 우리한테까지 찾아왔었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십삼침으로 그 아이를 치료해 어느 정도 병세가 나아지긴 했지만 완쾌를 하진 못했어요. 결국은 남편이 불쌍한 마음에 마지막 침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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