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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장

이장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릎 꿇지 마. 네가 무릎 꿇고 있으면 내가 손댈 수 없잖아. 나는 안하무인처럼 날뛰는 네 모습이 더 마음에 들어.” 무릎을 꿇고 있는 진상봉은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나... 나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조수연은 그 모습에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우쭐대기만 하던 진상봉이 무릎을 꿇는 것도 모자라 이장훈이 진짜로 살인을 하려 하고 있으니 그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장훈 씨, 안 돼요. 사람 죽이지 말아요... 감옥에서 나온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또 살인을 저지르면 안 되잖아요.” 그녀는 앞으로 달려가 이장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조수연이 다급해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다는 생각에 이장훈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는 조수연의 머리를 쓰담거렸다. “수연 씨 말 들을게요. 살인 안 해요.” 난생처음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느낌은 마치 신체의 어느 민감한 부위를 누가 쓰담거리는 것처럼 이상하게 기분이 좋고 평안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이장훈을 밀어냈다. “말 들으니 다행이에요. 괜한 사람 때문에 이장훈 씨를 감옥에 가게 하고 싶지 않아요.” 이장훈은 알겠다고 했다. 진상봉은 무릎을 꿇고 있으나 이 소란의 주범은 여하진이라는 걸 아는 그는 최대의 문제 근원을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날 죽이겠다고?” 그는 여하진한테로 고개를 돌리고 싸늘하게 물음을 던졌다. 공포가 잔뜩 깃들어 있는 그 말에 여하진은 당황스러웠다. “제... 제... 제...” 그녀는 이장훈한테 두 번이나 얻어맞았었다. 처음에는 어디 인적이 드문 산으로 끌려가 엉덩이를 두들겨 맞았던 거고 다음 날에는 뺨을 한 대 얻어맞었으니 이장훈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걸 전혀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로 인해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이 당황스러웠다. 이장훈은 다시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날 죽이고 싶다고? 나도 마침 널 죽이고 싶었는데!” 여하진은 비명을 지르며 계단 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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