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장
“죄송합니다.”
나는 한 번 더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하지훈의 시간을 끌어 할머니를 기다리게 만들어 미안했고 나의 무례한 태도에 미안했다.
이렇게 인자한 할머니를 알지도 못한 채 무례를 범했었다.
‘도아영, 너 진짜 못된 사람이야!’
커져가는 죄책감에 마음속으로 혼자 자책했다.
이때, 할머니가 갑자기 날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혔다.
할머니는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해? 남자라면 자기 아내 기다리는 게 당연하지.”
나는 두 눈을 깜빡이며 할머니를 쳐다봤다.
‘어떻게 된 거지? 할머니가 아직 우리 이혼한 사실을 모르시는 건가?’
할머니는 날 미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하지훈을 보며 말했다.
“됐어. 아내 기다리다가 늦게 온 거면 이 할미가 용서할게.”
하지훈도 방긋 웃었다.
“고마워요, 할머니.”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계속 뵙고 싶어 하셨잖아요. 그래서 데리고 왔어요.”
“그래, 그래.”
할머니는 나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줬고 눈빛에는 인자함과 기쁨이 가득했다.
날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하지훈한테 모질게 굴고 그와 이혼한 나를 이렇게 예뻐할 리가 없었다.
나는 의아한 눈길로 하지훈을 쳐다봤다.
이때, 하지훈이 벌떡 일어나며 날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과일 가져올 테니까 할머니랑 얘기 나누고 있어.”
“알겠어.”
나는 여전히 의아한 채로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할머니는 나를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지훈이 과일 가지러 가는 잠깐 사이도 떨어지는 게 싫어?”
“아니에요.”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아직 젊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 이 할미가 우리 손주 며느리한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어. 이 할미랑 잠시 시간 보낼래?”
“좋아요. 할머니랑 얘기 나눌래요.”
나도 진심을 다해 답했다.
하씨 가문에서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이 한명 더 늘었다.
하지만 예전 기억이 떠올라 다시 죄책감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할머니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왜 자꾸 사과하는 거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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