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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장

아침에 알람이 두 번 울리고 나서야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훈은 오늘도 예외 없이 일찍 일어나 침대에 없었다. 어젯밤 그가 나를 고청하로 착각했던 상황을 떠올리자 마음이 암울해졌다. 하지훈이 이틀 내내 이곳에 머문 것도 고청하가 다쳤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머릿속을 가득 채운 복잡한 생각들을 털어내고 빠르게 씻은 후 출근 준비를 했다. 뜻밖에도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하지훈이 보였다. 그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침밥을 만들었으나 오늘은 어제보다 양이 적었다. 식탁 위에는 샌드위치와 만두 몇 개가 남아 있었는데 그게 나에게 남겨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며칠 동안 겪었던 경험으로 인해 나는 더 이상 멋대로 판단할 수 없었다. 나는 가방을 들고 조용히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때, 갑자기 하지훈이 나를 부르자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야?” 하지훈은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 “식탁 정리 좀 해.” 나는 출근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것을 확인하고 얌전히 식탁 정리를 하러 갔다. 나는 눈앞에 놓인 샌드위치와 만두를 바라보며 하지훈에게 물었다. “이건 어떻게 할까?” 하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평온한 어조로 대꾸했다. “먹든지 버리든지 알아서 해.” “응...” 굳이 공짜 아침밥을 마다할 필요가 없었고 아침밥을 사러 가지 않아도 되어 나는 식탁 앞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었다. 하지훈은 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퇴근하고 최대한 일찍 와. 난 기다리는 거 안 좋아해.” 할 말을 마친 하지훈은 밖으로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당에서 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멍하니 입안에 든 샌드위치를 씹었으니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 밤 나를 하씨 가문에 데려가 하씨 가문의 사람들이 나를 마음껏 모욕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던 하지훈의 말을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이 생각만 하면 나는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당시 나는 하지훈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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