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장
‘점심때 확인했을 때만 해도 핸드폰 배터리가 20% 남아 있었는데 오후 내내 바빠서 만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다 닳은 거지?’
나는 핸드폰을 다시 켜보려 했지만, 다시 꺼져버렸다.
‘이 핸드폰도 이제 수명을 다했나 보다.’
‘그나저나 하지훈이 나한테 전화를 두 번이나 한 이유는 대체 뭘까?’
평소 성격을 생각해 보면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지금쯤 엄청 화가 나 있을 게 분명했다.
창밖을 바라보며 아침에 나를 차에서 내쫓던 그의 차가운 모습이 떠오르자 마음이 답답해졌다.
이제 가을이 다가오는지 해가 점점 빨리 지는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가 막히기도 해서 저녁이 되어 겨우 도착했다.
아줌마는 평소처럼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아마 주방에서 저녁 준비로 바쁜 것 같았다.
사실 우리 집이 몰락했다고는 해도 나는 아직도 꽤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적어도 나를 기다려주는 아줌마가 있고 나에게 따뜻한 밥을 차려주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그 생각에 연일 쌓였던 우울한 기분이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는 순간 내 입가에 깃들었던 웃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거실 소파에 앉아 나를 노려보고 있는 하지훈의 차가운 눈빛이 나를 맞이했다.
그는 손에 담배를 들고 있었고 담배 연기는 그의 손목을 감싸며 그의 주위에 맴돌았다.
그 모습은 그를 더욱 차갑고 압도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이러는 걸까? 오늘 내가 화나게 할 만한 일을 한 적은 없을 텐데.’
‘오히려 아침에 하지훈이 나한테 너무 심했지 않았나?’
나는 조용히 현관에 서서 아줌마와 다른 가정부들이 어디 있는지 찾아봤다.
평소 이 시간에는 집안일을 하느라 바빠야 하는데 오늘따라 집이 너무 조용했다.
마치 내가 찾는 걸 알아챈 듯, 하지훈이 차갑게 말했다.
“찾지 마. 다들 쉬라고 했어.”
“아... 그래...”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큰일이 일어난 건 아니었네.’
이 순간 나는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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