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장
“어? 아영이? 이거 우리 아영이 아니야?”
육승현이 몇 걸음에 나를 따라잡아 내 앞길을 막아섰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들고 그의 뒤에 서 있는 하지훈을 바라봤다.
참 운도 없지.
하지훈을 마주치고 싶지 않을 때마다 꼭 만나게 된다.
그런데 내가 급히 돈을 빌려야 할 때는 찾기가 그렇게 어려운 게 또 아이러니하다.
육승현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영아, 그날 댄스 축제에서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중간에 사라져서 걱정 많이 했잖아.”
나는 마음속으로 비웃음을 날렸다.
육승현은 정말 여우 같은 놈이다. 댄스 축제 때 이놈한테 얼마나 크게 당했는데 이제 와서 얼굴 두껍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내가 속으로 육승현을 욕하고 있는 사이 하지훈이 갑자기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우리 아영이? 허! 참 다정하게도 부르네. 너희가 이렇게 친한 줄은 몰랐네.”
하지훈은 가볍게 웃었지만, 그 웃음은 내 머리끝을 쭈뼛 서게 만들었다.
그는 원래부터 나와 육승현 사이를 의심하던 터라 이런 모습을 보고는 더 오해를 했다.
그의 눈에 어린 그 음침한 표정을 보니 이번에도 나를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 하지훈의 애인이었기에 서둘러 해명했다.
“오해하지 마. 나 얘랑 안 친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육승현이 내 어깨에 팔을 얹고 웃으며 말했다.
“너 왜 그렇게 냉정해? 우리 비밀도 공유하는 사인데. 너...”
“그, 그만해!”
나는 급히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육승현 정말 눈치가 없네. 제발 좀 헛소리 멈춰줘!’
“비밀 공유?”
순간 하지훈의 눈이 서서히 가늘어지며 눈빛은 이미 한겨울의 서리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그의 눈빛에 오싹해져서 급히 말했다.
“아니야. 얘가 그냥 하는 말이야. 믿지 마.”
그러면서 나는 육승현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말했다.
“나 할 일 있어서 먼저 가 볼게.”
“어? 그렇게 급하게 어디 가?”
내가 한 걸음 내디디자마자 육승현이 다시 나를 끌어당겼다.
‘정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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