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고청하가 갑자기 하지훈을 향해 서운한 듯 말했다.
“도아영 씨가 밥 가져온다고 미리 말해 주지 그랬어. 음식 괜히 만들어 왔잖아.”
“아니야.”
하지훈은 고청하의 도시락을 받아 들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만든 음식 먹을 거야.”
그 말에 고청하가 달콤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난 아영 씨가 가져온 음식 먹을게. 너무 맛있어 보여서 버리긴 아깝잖아.”
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도시락을 고청하에게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많이 먹어요.”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
“천천히 먹어. 난 볼일 있어서 먼저 가볼게.”
그러자 고청하가 급히 물었다.
“아영 씨는 안 먹어요?”
“이미 먹었어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내가 문밖으로 막 나서자마자 고청하의 서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훈 오빠, 아영 씨가 날 많이 싫어하는 것 같아.”
“신경 쓰지 마.”
두 사람의 대화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아픔을 억누르려 애썼다.
빌딩을 나섰을 때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나는 아줌마가 걱정할까 봐 길가에 앉아 한참 동안을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 아줌마가 의아해하며 나한테 물었다.
“도련님은 왜 같이 안 오셨어요?”
아줌마는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훈이 좋아하는 사람은 고청하이기에 고청하의 집이야말로 하지훈의 진짜 집이다.
그리고 하지훈이 자주 돌아가는 곳도 고청하의 집이다.
이 집은 단지 하지훈이 나를 모욕하기 위해 특별히 사놓은 별장일 뿐이다.
이곳은 하지훈이 결혼 3년 동안의 굴욕적인 삶을 담고 있는 장소이기에 당연히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줌마에게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내일은 또 일을 찾아야 하니까 이런 감정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돈을 버는 것이야말로 나한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다음 날 오전 내내 나는 면접 통보를 받지 못했다.
이력서를 더 보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오후에 회사 두 곳에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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