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너무 세게 당겼는지 주삿바늘이 꽂힌 내 손등에 핏자국이 번졌다. 하지훈은 내 손을 내려다보며 잘생긴 미간을 잔뜩 찌푸렸는데 나는 그가 화를 낼까 봐 황급히 손을 놓았다. 고청하는 갑자기 하지훈의 팔을 껴안고 거의 온몸을 하지훈의 몸에 기댄 채 나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도아영 씨, 지훈 오빠한테 할 말 있어요? 괜찮아요, 지훈 오빠는 좋은 사람이니 무서워하지 말아요.” 그의 여신이 그에게 이렇게 달라붙는 것을 본 나는 순간 그의 여신 앞에서 그에게 저녁에 돌아갈 것인지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약 여신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돈을 빌리는 것은 고사하고 그가 나를 어떻게 벌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 생각이 혼란스러울 때 하지훈이 갑자기 내게 덤덤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지금은 돈을 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저녁에 그가 돌아올지 장담할 수 없었는데 이 병원을 나서면 다시는 그를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자 하지훈은 돌아서서 가버렸다.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하지훈은 발걸음이 멈추고 돌아서서 나를 쳐다보았는데 그윽한 미간에 비웃음을 띠고 있었다. “돈을 빌리려는 거구나.” 그는 가볍게 웃었는데 표정이 차갑고 서글펐다. 나는 그의 표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꼭 갚을게.” 그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뭐로 갚을 건데?” 나는 그의 차가운 코웃음을 보면서 문득 어젯밤의 그 꿈을 떠올렸다.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은 나를 모욕하고 아프게 하는 것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힘겹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다 갚을게.” “...허.” 그가 또 코웃음을 쳤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네! 그렇다. 하지훈이 좋아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내가 아니었는데 나는 또 무슨 자신감으로 항상 그가 나를 도와줄 거로 생각했단 말인가. 명치끝이 욱신욱신 쑤시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떨구고 내 눈의 습기를 감추었지만 하지훈은 그런 나를 차갑게 쳐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