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장

결국, 강요로 나와 결혼했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우리 아영이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예전에 네가 아영이에게 얼마나 고분고분했는데? 틀림없이 이 여우년이 꼬드긴 게 틀림없어...” “아빠! 됐어요, 그만 해요.” 난처해진 나는 아버지를 붙잡으며 말렸으나 아버지는 전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네가 가만히 있으니 여우 년들에게 기회를 준 거야. 오늘은 아버지가 왔으니 두려워하지 마!” 소매를 걷어 올리며 하지훈의 여신을 때리려는 아버지를 보고 나는 서둘러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 아버지의 손바닥이 여신의 얼굴을 내리치려는 순간 하지훈은 손을 뻗어 아버지의 손목을 잡았다. 여신은 하지훈의 품에 기대어 눈물이 글썽해서 말했다. “지훈 오빠, 이 사람들은 누구야? 왜 나를 때리려는 거야?” “괜찮아.” 하지훈은 여신을 뒤로 감싸며 무표정한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제 회사에서 제 사람을 함부로 때리려는 도 회장님은 저에게 동의를 구했어요?” 하지훈의 사람? 나는 하지훈의 몸 뒤에 숨은 여자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지훈을 바라봤다. “도 회장? 너 방금 나를 도 회장이라고 불렀어? 예전에 너는 나를 장인어른이라고 공손하게 불렀잖아?” “흥! 아시다시피 그건 예전이죠.” 하지훈은 가볍게 웃으며 아버지를 향해 말했지만 시선은 오히려 나를 바라봤다. 하지훈의 분위기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한 아버지는 재빨리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럼. 지금은 옛날과 완전히 달라졌어. 나도 널 다시 보게 됐고 사위 덕분에 우쭐해졌어. 우리 사위가 얼마나 훌륭하게 변했는지 봐.” 철면피해진 아버지의 모습을 나는 놀라서 다시 쳐다봤다. 하지훈과 이미 이혼했다고 말했는데도 여전히 그를 ‘사위’라고 불렀다. 주변에서는 이미 아버지를 비웃기 시작했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으나 아버지는 못 들은 척 아랑곳하지 않았다. 파산된 후 하지훈만 변한 게 아니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