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1장
내가 호텔에서 나왔을 때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눈송이가 흩날리고 있었고 쓸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밤바람이 칼날처럼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이래서 겨울이 싫은 거야...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
‘얼음 조각품은 예쁘지만 다시는 오지 않을래...’
목도리도 두르지 않고 그저 패딩만 입은 데다가 안에는 잠옷밖에 입지 않았고 발에는 그저 슬리퍼만 신은 채로 급하게 나왔기에 나는 너무 추웠다.
찬바람이 옷깃 안으로 스며들었다.
방금 방 안에서 봤던 장면을 생각하니 마음마저도 쥐어짜듯 아파졌고 쓰라린 것 같았다.
눈시울은 점점 촉촉해졌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패딩을 힘껏 여몄다. 그리고는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한밤중이라 거리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차도 적었다.
주차장에 와서 차 키를 눌렀는데 아무 반응도 없었다.
‘눌렀는데 반응이 없네... 배터리가 나갔나 봐.’
나는 차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다.
창문에는 내 그림자가 드리워져서 왠지 모르게 초라하고 가소로워 보였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하지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휴대전화 벨 소리는 멈췄고 곧이어 그는 또 나한테 문자를 보냈다.
[약을 샀으면 빨리 돌아와.]
나는 코웃음을 쳤다.
‘애인이 뭐 얼마나 중요하길래...’
나는 그에게 차가 열리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훈이라면 내가 일부러 차 열쇠를 망가뜨렸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말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었다.
나는 패딩에 달린 모자를 썼다. 하지만 여전히 추웠고 찬바람은 계속해서 옷 사이로 스며들어왔다.
나는 몸을 감싼 채 택시를 타러 거리로 나갔다.
하지만 차가 거의 없는 이 시간에 하물며 택시가 있긴 하겠는가...
길가에서 몇 분을 기다렸지만 택시가 오지 않았다. 그러자 하지훈의 전화가 또 걸려 왔다.
‘얼마나 초조하길래...’
나 때문에 초조해하는 게 아니라 애인의 진통제를 사 오는 것 때문이었다.
나는 눈을 꼭 감고 수신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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