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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장

나는 흘끗 하지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미소만 짓고 있을 뿐 여전히 평온한 표정이었다. ‘하, 고청하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는데 전혀 화를 안 내? 이번 협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고청하가 마음대로 행동하게 놔두다니...’ 더욱 웃긴 건 내가 하지훈을 위해 이 협상을 걱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협살이 무산될까 봐 내내 긴장하고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없고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때 곽태준이 갑자기 술잔을 탁자 위에 꽝 내려놓았다. 명백히 화가 난 모습이었다. 그러자 고청하는 나를 향해 나무라는 듯 말했다. “아영 씨, 그냥 술 한 잔 올리라는 것뿐이었잖아요. 곽 대표님 모시고 자라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요? 설마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곽 대표님과의 협상을 망치게 하려고?” 고청하의 말에 육승현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훈은 여전히 상황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으며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이지 화가 치밀어올랐다. ‘고청하는 안 마셔도 되는 데 나는 마셔야 한다고? 고청하가 술을 강요당하니까 바로 나서서 도와주더니 내가 강요당할 때는 태연하기만 하네. 화가 나 죽어버릴 것만 같아. ‘됐어. 나도 더 이상 안 참아. 협상이고 뭐고 상관없어. 어차피 내 회사도 아니고 벌어들이는 돈도 내 것이 아니니까!’ 속에 치솟는 분노를 간신히 누르며 나는 곽태준을 향해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곽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화장실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러자 곽태준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다녀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게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객실 밖으로 나갔다. 화장실에 도착해 나는 세면대에 몸을 기댄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그냥 자리를 떠날 수는 없었다. 만약 내가 사라지기라도 하면 고청하가 한마디로 곽태준을 부추겨 내가 그를 무시한 것처럼 몰아갈 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협상이 결렬되는 책임은 모두 나에게 돌아올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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