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장
2000만 원, 이건 아마 잠자리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훈이 이 타이밍에 송금한 것은 분명히 나를 조롱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역겹다던 말을 뱉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돈이 들어왔다. 나는 이렇게 돈을 벌기 위해서 몸을 판 사람이 되었다.
소파에 기댄 나는 계속해서 실소를 지었다. 반대되게 눈물은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훈, 딱 기다려. 돈만 모이면 무조건 도망갈 거야. 네가 영원히 찾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 버릴 거야.’
다음 날, 나는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날씨가 쌀쌀해져서 오늘은 얇은 코트를 걸쳤다.
최근 체중이 많이 빠져서 원래 입던 옷들이 헐렁해졌다. 그래서 나는 옷 속에 작은 쿠션을 넣어 살짝 부풀려 보이게 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정말로 배가 불러와도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하지훈과의 관계가 지속돼야 한다면, 옷이 가려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바로 들킬 게 뻔했다.
순간 기분이 확 가라앉았고, 나는 짜증스럽게 쿠션을 소파 위에 던져두고 집을 나섰다.
소문은 어디에서나 빠르게 퍼지는 법이다. 비서실에 도착하자마자 내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어떤 사람은 어제 내가 출근하지 않은 이유가 하지훈에게 쫓겨났기 때문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내가 일부러 결근하며 으스댄 것이라 말했다.
심지어 누군가는 내가 거리에서 방황하다가 불량배들에게 잡혀 끔찍한 일을 당했을 거라며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소문이 점점 과장되는 가운데, 내가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그들 모두 말소리를 멈췄다.
그러나 고요함은 잠시뿐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아영 씨가 드디어 출근했네요. 저는 출근하는 법도 모르는 줄 알았어요.”
“그러게요, 아직도 자기가 재벌집 아가씨인 줄 아나 봐요.”
“전남편 믿고 결근하는 거겠죠.”
“웃기지도 않아요. 불쌍하게 여겨서 허드렛일 자리나 준 걸 자기가 대단해서 줬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집안이 파산한 이후로 이런 비웃음은 수도 없이 들어왔기에, 이제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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